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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진의 어떤스케치- 풍성함의 향연, 나눔의 축제
입력 : 2019년 10월 21일(월) 18:39


싱그러운 바람, 맑은 햇살 드높은 가을..

가을 아래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좌판을 열었다. 사용하던 장난감, 지우개 등 학용품, 작은 생활용품 등을 펼쳐놨다. ‘아고 세상에 저런 걸 다 가져왔네^^’ 벌여놓은 좌판의 엉성함이 신선하다. 익숙하게 호객은 못하지만 손님을 기다리는 품새가 제법 주인장답다. 하나에 천원하거나 몇 개를 묶어 천원에 서비스도 한다. 제 물건이 팔리면 즐거움을 어쩌지 못하고 얼굴이 피어난다. 처음나온 듯한(어색하고 쭈빗거리는게 영낙없는 초보다) 아이들이나 이번이 몇 번째인 듯 제법 익숙한 아이들, 모두 신나기는 마찬가지.

소풍나온 듯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해맑은 눈동자, 가을 하늘 보다 깊다.

지난 주말 시청 앞 광장에서 펼쳐진 빛고을 나눔 장터는 그렇게 하늘의 별처럼 곳곳에 박힌 보석 같은 아이들이 광장을 빛나게 했다.

아이들에게 소중한 유년의 추억이자 자산이 될 것이고, 사회적으로도 아이들의 건강함은 자산이다.

성금을 위해 장난감 등을 고르고 판매하는 과정은 놀이이면서 중요한 사회공부기도 하다. 엄숙할 것도 심각할 것도 없이 놀이처럼 일상에서 행하는 배려와 나눔은 아이들 마음에 소중함의 근육을 키우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굳이 그런 저런 의미가 아니더라도 시민 활동가들이나 어른들 틈에 돗자리를 깔고 가을을 노래하는 아이들은 그 자체로 보석이다.

아이들이 놀러나온 거 가지고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는지도 모르겠다. 허나 부모의 사회적 경제적 위치가 아이에게 대물림 되는 신계급사회에서 아이들의 나눔 놀이가 시사하는 바는 작지 않다. 장터가 벼룩시장이 아니라 나눔장터인 이상 이는 단순한 경제공부를 넘어 아이들이 인식하든 못하든 공유와 사회적 참여의 세상에 발을 딛는 것이다.

아이들이 타인에 대한 배려나 나눔을 특별한 일이 아니라 놀이, 일상으로 습득한다는 점에서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우리사회에서 일부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자신들을 특별한 존재로, 부모의 경제력과 사회적 위치를 갖춘 경우에다 자신도 공부를 잘하는 경우, 특별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자신은 머리가 좋아서, 열심히 해서 선생님들의 환대와 또래집단에서의 우월감을 당연시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의 이같은 의식이 결코 건강한 생각이 아니라 사회의 그릇된 특권의식의 연장이라는 것에 많은 철학자와 교육학자들이 우려를 표명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들 학자들은 계급상승의 사다리가 원천 차단되거나 상위에 있는 이들이 사다리를 걷어차버리는 현실에서 상위계층이 사회가 필요로하는 좋은 성적을 보유한 것은 그렇게 자신만의 결과물로서가 아니라 사회의 산물로 감사해야한다는 고언을 하고 있다.

그런 불행한 사회에서 유년시절부터 나눔의 마당에 놀이로 축제로 참여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시청 앞 광장의 아이들이 보석인 것은 그런 연유에서이기도하다.

매년 가을마다 광장으로 나와 시민들과 함께 기금을 마련하는 빛고을 나눔장터에는 올해도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한 사회 저명 인사와 활동가들의 기부도 넘쳤다. 시민들의 발걸음은 가뿐하고 활기로 가득했다.

남아도 좋고 부족해도 좋은 시민들의 다정함에 햇살도 시새웠는지 뜨거운 숨결을 내뿜었다. 사람 좋은 광주의 애정이 그윽한 하루였다.

조덕진 문화체육부국장 겸 아트플러스 편집장 mdeung@sr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