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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의 관점에서 한·일관계 생각” 유니클로 패러디 영상 윤동현씨
입력 : 2019년 10월 23일(수) 19:10


'80년 번역' 의도 대응코자
우리가 화 내야 할 대상은
일본 아닌 '우익 등 일부'
'방사능, 원폭' 등의 단어
신중치 못했던 점은 사죄
“패러디는 단순히 모방만 하는 것이 아니라 원본에 반대, 또는 비판적인 의도를 담아내거나 익살과 풍자의 의도를 담아내는 겁니다. 저는 이번 패러디 영상을 통해 유니클로의 왜곡된 ‘80년’의 번역 의도에 대응하고 싶었습니다.”

일제강점기의 뼈아픈 역사를 조롱했다는 의혹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유니클로 광고에 패러디 영상으로 응수한 전남대학교 사학과 재학생 윤동현(25)씨가 제작 후기를 밝혔다. 윤씨는 “이번 영상을 제작하며 특정 대상을 비하하거나 조롱하려는 의도는 결코 없었다. 영상의 의미는 역지사지를 통해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있다”고 밝혔다.

유니클로가 최근 공개했던 광고영상은 90대 할머니가 10대 여성으로부터 “제 나이 때는 어떻게 입었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게 오래전 일은 기억 못한다”(I can‘t remember that far back)고 답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이 대사가 우리말 자막으로는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로 의역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윤씨는 “많은 사람들이 유니클로 광고 속 ‘80년’이라는 표현을 의심하고 유니클로를 비판했지만 사측은 단지 ‘그런 의도가 없었다’라는 번역 의도만 밝혔을 뿐 논란에도 불구하고 수정 의향을 밝히지 않았었다”며 “사측의 입장에 똑같이 대응하고자 패러디 영상을 만들어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유니클로는 광고를 중단했지만 패러디가 몰고 온 파장과 우리 국민들의 반응은 일본에도 전달됐다. 지난 20일 일본 포털 웹사이트인 ‘야후재팬’에 오른 윤씨의 영상 관련 기사에는 23일 오전 2시 기준으로 약 1천500여개의 댓글이 달려있는 상황이다. 윤씨는 이 댓글들을 보며 현지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

윤씨는 “당시 확인된 일본측 댓글들은 ‘한국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위안부 역사는 거짓이다’ 등 대부분 우리 국민들의 주장을 부정하는 내용들이었다”며 “일부 일본인들은 패러디 영상을 직접 거론하며 ‘반일 감정의 원인은 한국의 사회 분위기다’ ‘교육을 통해 세뇌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반응에 윤씨는 “한국과 일본은 2차 세계대전이라는 역사를 같이 공유했지만 이 과정에서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에 놓여있었다. 전후에 기록되고 이를 기반으로 실시되는 교육의 관점 차이가 벌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너무 오랫동안 이어져왔다”며 “이처럼 벌어진 한·일 양국간 이해의 차이가 하루빨리 메워져 건강한 외교관계가 형성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윤씨는 영상 속에서 거론된 ‘방사능’과 ‘원폭’에 대해서도 “의도를 잘 전달하기 위해 쓴 표현이었지만 신중하지 못했던 단어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해당 원폭 피해자들에게 죄송하다”며 “일본이기 때문에 ‘당해도 싸다’라는 생각과 표현은 올바른 판단력을 상실한 대중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중우정치’의 상황과 같다고 생각한다. 피해자들은 어느 누구의 조롱거리도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가 화를 내야 하는 대상들은 ‘일본’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일본의 몇몇 정치인, 일부 보수·우익·혐한 감정을 가진 사람들, 전범기업들이다”며 “일본과 싸우지 않고 서로 이해하며 함께 나아가는 양국 관계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그 바탕이 역지사지에 있다는 마음은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이영주기자 lyj2578@sr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