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06(금)광주 5ºC
사회 > 사회일반
유럽 4차산업 기업현장 탐방기<상> 인재양성 혁명과 스타트업 열풍
입력 : 2019년 11월 18일(월) 18:01


“독일·스위스 4차 산업혁명 견인, 인재양성에 답 있다”
“독일 코블렌츠시 근처에 있는 건강·제약기업들이 당장 1천명의 코딩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는 조사가 나왔다. 기존 대학 시스템으로는 이같은 수요에 인력을 공급할 수가 없다. 코블렌트대와 시청이 손을 잡고 ‘코딩 전문스쿨’을 설립 중이다.”

이는 지난 10월 31일 독일 중부 고대도시 코블렌츠대 하랄드 폰 코르플레쉬 교수가 우리 일행에게 코블렌츠대 창업센터에서 한 말이다. 지난 1년 동안 미국 창업을 주도하는 샌프란시스코의 스탠포드대에서 객원교수로 재직하면서 창업 열풍을 보면서 “코플렌츠도 창업 열풍을 일으켜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먼저 코팅 스쿨인 ‘기업 디자인 스쿨’(ED-school)의 창업자로 나섰다. 아프리카 르완다대의 의학제약학부 교수이자 ‘혁신기업가’ 센터 소장인 에밀 빈베뉴 박사도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문했다.

그럼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글로벌스타트업 이노플렉서스 사무실 모습


이에 대해 우리가 만난 독일 기업인, 교수들은 한결같이 “인재 양성”이라고 대답한다. 1980년 베를린대 교수에서 창업에 성공한 균터 팔틴 회장은 자신의 사재를 털어 ‘기업가 재단’을 설립해 창업가를 키워내고 있다. 그가 저술한 ‘아이디어가 자본을 이긴다’(한겨레출판사)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는 또 베를린 기업가들과 함께 ‘코딩 스쿨’을 설립하는데 앞장섰다.

지멘스 등 독일 일류기업들도 4차 산업혁명 전사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지멘스는 베를린에 공부와 일을 병행하는 ‘이원적 교육’의 대표 주자로 ‘지멘스 사관학교’를 설립했다. 매년 1천500명을 모집해 3년 6개월 동안 교육하면서 매달 약 1천유로(약 135만원) 이상 월급을 지급하고 4대 보험도 보장한다. 지멘스는 이들 연수생들을 위해 1년에 약 7천억 원을 투자한다. 기업이 나서 스스로 인력을 양성해 산업전사인 ‘마이스터’를 키워내고 있다. 지멘스의 인재양성 방식은 4차 산업혁명에 걸맞게 진행된다. 교재, 교수도 없이 팀별(4명~20명)로 ‘2년 후 혹은 5년 후에 유용한 제품 혹은 서비스를 개발하는 과제’를 주는 형태로 운영된다.

글로벌 벤처기업 이노플렉서스 건잔 바르다즈 회장과 함께 방문단 일행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멘스의 나이케 부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 필요한 인재는 “문제 해결 역량, 창의 능력, 협업 및 소통”이라고 강조한다. 이같은 역량을 키우기 위해 과제 중심으로 인재를 양성한다. 한국 대학과는 크게 비교되는 방식이다.

코블렌츠는 인구 15만의 지역도시이지만 국립 코블렌츠대와 함께 시립으로 운영되는 ‘코딩 스쿨’을 설립한다. 왜냐하면 인재 양성과 더불어 지역 청년들에게 새 기회를 주기 위함이다. 코블렌츠대 하랄드 교수와 기업가재단의 요힘 지몬스 이사가 주도하고 있다. 독일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기업, 개인 기업가, 정치 지도자, 그리고 지방자치도시가 나서 인재 양성에 앞장서고 있는 현장을 보았다.

코블렌츠대 창업센터 외부전경


독일은 또 새 인재 양성과 더불어 창업 붐을 조성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베를린을 ‘유럽 창업수도’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와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독일 경제디지털부 차관보인 안드레아스 괴델러 박사는 “일정한 창업 자격을 갖추면 약 2년 치에 해당하는 월급을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지멘스는 기술 창업 투자를 위해 ‘넥스트 47’이라는 글로벌 벤처투자회사를 운영한다. 지멘스의 위르겐 그라번호퍼 부사장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이버보안 등 혁신 기술기업을 적극 발굴해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팔틴 회장 등 베를린 기업가들은 ‘팩토리’(Factory)라는 창업공동체를 설립해 창업가를 키워가고 있다. 구글, 지멘스 등 약 2천600개의 글로벌 기업, 독일 일류기업, 스타트업이 참여해 창업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이에 영향을 받은 프랑스는 더 앞서가는 인재 양성과 창업센터를 설립했다. 4차 산업혁명 전사 양성을 위해 미국 하버드대보다도 앞서가는 ‘코딩 천재 양성학교’인 ‘에콜 42’를 설립했다. ‘3무’(無), 즉 교재, 교수, 학비가 없을 뿐 아니라 아카데미에서 먹고 자면서 자기 개발에 열중한다. 나아가 독일 창업센터 ‘팩토리’보다 더 많은 글로벌 기업, 프랑스 최고 기업, 스타트업 등 약 3천팀이 창업을 위해 협업하는 ‘스테이션 F’은 프랑스 창업 열풍의 진원지가 되었다. 청년 일자리가 급증하고 있다.

우리 일행은 11월 1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글로벌 스타트업인 이노플렉서스(Innoplexus) 건잔 바르자르 회장을 만났다.

그는 2015년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해 글로벌 건강의학제약 포털을 설립했다. 100개의 특허권에다 8천만 명의 유저를 확보했고, 수많은 제약회사들에 데이터 제공과 노바티스 같은 글로벌 기업과의 프로젝트 등을 통해 수익 모델을 만들고 있다.

코블렌츠대 창업센터 내부전경


한국에서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처음으로 광주광역시가 4차 산업혁명 인재 양성을 위해 ‘코딩 스쿨’ 설립에 나섰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으로 산업 패러다임이 변하는 현실에 우리 약점은 인재가 없다는 점”이라면서 “광주가 먼저 실무형 코딩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어려운 재정여건 속에서도 학교 설립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인재 양성 트렌드와 맥을 같이 하는 대목이다.

실무를 준비하는 손경종 국장은 “프랑스 에콜 42 같은 코딩 스쿨이 내년에 출범한다”면서 “취업을 넘어서 창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독일 코블렌츠대 코르플레쉬 교수는 “우리와 한국 코딩 스쿨과 협업을 통해 학생과 스타트업 교환 프로그램을 체결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우리 일행의 일원인 더불어광주연구원 이정우 원장은 “지멘스 등 독일 기업들이 새 트렌드를 파악해 혁신하고 변신하는 역량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의 갈 길일 수 있다.

김택환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