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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의 시각] 뻔뻔함으로 또 한번 광주를 할퀴었다

@주현정 입력 2020.04.30. 17:44 수정 2020.04.30. 17:51

"아아아아악! 참말로 분통이 터져서 못살것어. 여지껏 숨쉬고 살아온 것을 생각하믄 찢어져. 여그가 찢어진다고.", "잔 비켜줘봐. 길 좀 터줘봐. 사과하라고 말만 할텡게.", "자네들도 아까운 내 딸들이여, 어찌 우리 마음을 모른당가. 싸울라고 이러는 거 아니잖어."

지난달 27일 곧 '그'가 떠난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광주법원 앞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서로 팔짱을 교차해 만든 3중, 4중 인간통제선을 뚫고 경호라인 안으로 진입하려는 하얀 상복차림의 어머니들 사이에는 울분이 터져나왔다.

"어, 내가 알고 있기로는 당시에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만약에 헬기에서 사격했다면 많은 사람이 희생됐을겁니다. 그런 무모한 짓을 대한민국의 아들인 헬기 사격수가 계급이 중위나 대위인데 이 사람들이 헬기 사격을 하지 않았음을 나는 믿고 있습니다."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앞두고 13개월만에, 그것도 마지못해 다시 피고인석에 앉은 그가 차고 넘치는 증인과 증거 앞에서도 반성은 커녕 뻔뻔하게 무죄를 주장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자 바깥 분위기는 더욱 격양됐다.

'학살책임 인정하고 사죄하라', '진실을 밝혀라' 등의 피켓을 든 어머니들은 목이 터져라 그의 사죄를 외쳤다.

인간벽을 쌓고는 있지만 "얼굴 보는 건 바라지도 않어. 이것(피켓)만 보이게 해줘"라고 호소하는 어머니들과 마주한 경찰관들도 마음이 편치않은 것은 매한가지였다.

"어머니, 죄송해요. 진짜 죄송해요. 못 열어드려요. 저희는 막을 수 밖에 없어요. 어머니들 미워서 이러는 게 아닌거 아시잖아요. 그만 하세요, 그러다 실신하세요."

애꿎은 이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는 동안 그는 사과는 커녕 한 마디 입장 표명없이 준비된 차량을 타고 유유히 떠났다. 예상대로였다. 현장엔 허탈하게 지친 유족들만 덩그라니 남았다.

조금 전까지만해도 한을 토해내던 어머니들은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차분히 마음을 추스렸다. 그리곤 도리어 경찰들의 어깨를 도탁였다.

"고생했네. 자네들도 참말로 수고했어. 인자 들어가소. 우리도 집에 갈라네. 길 터주소."

"괜찮아요. 어머니. 조심히 들어가세요." 경찰들도 어머니의 등을 쓸어내리며 화답했다.

현장을 함께 한 기자의 눈에서는 '핑' 뜨거운 것이 왈칵했다.

긴박한 상황이 만들어 낸 격렬한 대치였을 뿐 사실은 서로가 혹시나 상처를 입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엄마와 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광주가 아픔을 나누는 동안 5시간11분간 광주지법에 머물렀던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렇게나 지은 죄가 많은데 왜 반성하지 않습니까?", "수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데 왜 책임지지 않습니까?", "사죄하지 않으실겁니까?" 기자의 뼈아픈 질문에 눈빛 레이져를 쏘면서, 법정 안까지 또렷히 전달되던 '사죄하라'는 외침을 들으면서, '이 살인마야' 법정 안 방청석에서 터져나온 고함을 바라보며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는 언제쯤이나 광주시민과 법 앞에 인정하고 반성할까.

주현정 무등일보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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