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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의시각] 떠나가지 못하는, 떠나보내지 못하는

@주현정 입력 2020.08.06. 11:41 수정 2020.08.09. 15:53

번쩍, 우르르 쾅쾅, 쏴~!. 하늘이 뚫리기라도 한 듯 세차게도 쏟아진다. 평소라면 화들짝 놀랐을 테지만 이젠 뭐 익숙한 지경이다. 올 여름 광주와 전남지역의 장마 일수만도 40여일. 강수량도 평년(370㎜)보다 35%나 많았으니 그럴 만도 하다. 남부지방 장마는 지난달을 끝으로 물러났다지만 태풍 영향으로 8월에도 비, 비, 비가 이어지고 있다. 가히 역대급 우기라는 말이 나온다.

날씨만 궂으면 차라리 나으련만 내놓는 예보마다 비껴나가니···. 피로감만 더한다.

잦은 오보 탓에 '구라청·오보청', 비가 오고 난 뒤에야 비 예보를 한다며 '중계청'이라는 악평은 물론 연일 이어지고 있는 강우에 '기우제를 지낸다'는 비아냥까지. 중앙부처 가운데 기상청만큼이나 별명이 많은, 혹평을 받는 기관도 없을 것이다. 500억짜리 슈퍼컴퓨터만 다섯 대에 무려 1천억원을 투입했다는 한국형 수치예보모델도 최근 구축을 완료했다더니 달라진 모습은 커녕 뒤로만 가고 있으니 이런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이럴 때마다 기상청은 예보 오차의 가장 큰 배경으로 지구온난화를 꼽는다. 빠른 속도로 상승하는 지구의 기온 탓에 기상예측 변수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기온 상승으로 인해 수증기의 활동성이 증가했고, 비구름의 움직임을 키우면서 기후 예측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기상청의 항변이다. 더욱이 한반도의 경우 아열대기후로 변하면서 짧은 시간, 좁은 지역에 쏟아지는 강우인 '스콜'이 많아진 점도 날씨 전망을 방해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보통 장마는 북쪽에 위치한 찬 기단과 남쪽의 북태평양 기단이 부딪쳐 형성된 정체세력에 의해 만들어진다. 이 기단 세력이 남북을 오르내리며 비를 내리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장마 기단이 변하고 있다. 북극과 시베리아 지역에서 발생한 이례적인 고온 현상이 블로킹(정체 또는 느리게 이동하는 키가 큰 온난고기압)을 만나 북쪽의 찬 공기층이 한반도로 더 깊숙하게 밀려들어왔다. 이 기단이 역시나 세를 키운 남쪽의 북태평양 고기압과 맞부딪치면서 강하고 긴 정체전선이 한반도에 형성된 것이다.

UN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과거 1만년 동안 상승한 지구의 평년 기온보다 최근 130년간의 증가폭이 더 높다. 지구가, 아니 인간이 자해를 통해 만들어낸 결과다.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추진되는 난개발과 환경파괴, 남획, 학살 등의 대분류 말고도 자동차 이용 선호, 분리수거 미흡 등 일상생활에서의 무분별한 환경파괴가 이상기온을, 기상청의 오보를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기상청을 위한 변명이 아니다. 쉽게 떠나가지 못하고 있는 비는 어쩌면 우리가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주현정 무등일보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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