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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억과 맞바꾼 우리동네 우산각

@김지용 청연한방병원 병원장 입력 2019.11.21. 15:49
전영원 광주 동구의회 사회도시위원장
전영원의원

무등산 아이파크 재개발아파트가 완공되어 가던 2015년경 아파트가 들어설 자리인 학동 4~5통 지역 영세민들의 주거 이동에 대한 추적 조사를 한 적이 있다. 2013년~2015년 3년 동안의 통별 수급자 수를 파악해서 표로 만들어 분석해보니 2013년의 학동 수급자는 총 314세대이고, 4~5통이 완전 철거되어 수급자 47세대가 사라진 2015년은 315세대여서 데이터 상으로는 수급자들이 학동을 떠나지 않았다고 추론할 수 있었다. 대신 각 통에 수급자가 두세대씩 증가했는데 유독 두 개 통의 수급자가 26세대나 증가하였다. 그 두 개 통은 재개발이 예정된 바로 옆 올망졸망 좁은 주택단지 쪽과 후미지고 오래된 곳으로 집세가 가장 싼 주거지역이었다. 추측컨데 4~5통의 수급자 47세대는 애초 살던 곳과 비슷한 서민주거지역으로 옮겨갔을 가능성이 컸다.

또한 곧 헐릴 예정이던 지원2-1구역(현재의 골드클래스 아파트)의 수급자 이주대책도 조사해봤는데 많은 분들이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었다. 수급자들에게는 영구임대 주택을 신청하거나 LH 공사의 매입 임대, 전세임대 신청 자격이 주어지는데 입주하라는 날짜가 재개발 조합 보상금이 나오기 전이라면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포기하면 다음 입주 순번이 한없이 뒤로 밀려날까봐 많은 분들이 신청조차 못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현재 동구에서 매우 오래된 지역인 계림동은 거의 전체가 재개발 예정지이다 보니 2015년 10월 계림동의 수급자는 285세대였는데 2019년 4월에는 186세대로 백 여 가구가 계림동을 떠난 상태이다. 가장 낡은 계림동보다 더 낡은 곳이 어디에 있었을까?

재개발 지역 소외계층은 그 곳에서 떠밀리면 어떤 공간을 찾게 되더라도 지금보다 더 나을 가능성은 없다. 재개발로 인해 주변지역의 전월세가 이미 올랐고, 도시 외곽에 싼 임대주택이 있더라도 지역 자활사업 등 팀노동을 하기 때문에 먼 곳은 이사할 엄두를 못 낸다.

도시 재개발 앞에 가난한 취약계층은 투명인간이다. 어느 사회에서나 있을 수밖에 없고 해결도 안 되며, 다 알지만 어쩔 수 없는, 쾌적한 도시환경을 위한 부수적 피해정도로 치부하고 있다. 그래서 약자의 인권은 결코 존재할 수 없는 자본우위의 잔인한 ‘인권진공’ 도시계획이라고 단정 지을 수밖에 없다.

행정은 도시를 이루는 건축공간에 대한 방향성, 철학을 지녀야 한다. 가치중립을 취하는 순간 사적 소유의 자본 논리에 굴복 당하게 된다. 학동 팔거리 같은 오래된 생활문화의 흔적이나 5·18 항쟁 터와 같은 역사적인 공간, 광주의 랜드마크인 무등산 조망권 등을 보호하려는 공공의 방향성이 없다면 광주는, 광주의 미래는 너무도 암담하고 불행해진다. 소외계층이 더 열악한 지역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게 되는 거야 자명한 사실이고 시민의식의 건강조차 악영향을 미친다. 새 아파트 프리미엄이라는 자본의 향기에 취하다보면 약자에 대한 공감능력 마비, 거기에 눈 쌓인 무등산 전망까지 독점하게 되면 아파트 뒤편의 원성이 안 보이고 안 들리는 청력, 시력마비까지 오게 된다. 그러므로 낡은 동네의 주택조합을 결성하고 싶다면 이웃이었던 주거약자의 문제 해결책도 함께 고민하는 약자인권 우선 사회가 되어야 한다.

내가 사는 지원4구역은 재개발 대신 주거환경 개선(재생)사업을 선택했다. 딱지만 해도 1억이라는데 부잣집 없이 올망졸망하던 우리 동네는 그걸 포기했다. 원주민 딱지를 줘도 입주비가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대신 길이 넓어졌고 주차장이 생기고 그 옆으로 우산각, 운동기구, 재활용창고가 놓이게 되었다. 우산각이 세워지자 통 얼굴도 모르고 살았던 동넷분들이 모여들고 인사를 나눈다. 얼마전에 어르신들이 안보여서 알아보니 시끄럽다는 주변 항의에 여름에는 밤 9시, 겨울에는 7시로 우산각 통금시간을 정했다고 한다.

나와 우리 가족이 보호받고 이웃의 누추한 삶도 존중받는 세상, 정치와 행정이 존재할 최종 이유이다. 때론 1억보다 우산각이 더 필요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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