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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일인분의 시작

@김승용 입력 2019.12.17. 13:07
이영주 전라남도 도로교통과

KBS 주말 드라마 중에 대하사극 ‘불멸의 이순신’이 있었다. 2004년 9월부터 다음 해 8월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어린 시절 나 역시 친구들과 놀다가 본방사수를 하러 집으로 쪼르르 달려갔던 기억이 있다. 33세라는 늦은 나이로 과거에 급제한 이순신은 현실과 원칙 사이에서 갈등하며 백의종군을 당하기도 한다. 우여곡절 끝에 강직함을 인정받으며 종육품 정읍현감을 거쳐 정삼품 전라좌수사에 천거된다. 오늘날도 보기 힘든 파격 인사였다. 그러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그의 능력을 시기하며 의심하기 시작한다. 이순신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몸소 실천하는 신뢰를 바탕으로 점차 군영의 중심이 된다. 부하 장수들과 서로 화합하며 이해하는 장면은 당시 관객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되기까지 조언을 아끼지 않은 특별한 사람이 있었다. 순천부사 권준은 ‘내일 당장 적이 쳐들어온다면 우리는 질 것입니다. 일 년 후, 아니 십년 후에 다시 쳐들어온다 해도 우리는 질 수밖에 없습니다. 왜인 줄 아십니까? 전라좌수영 지휘관은 오직 한 사람뿐이기 때문입니다’라고 했다. 지휘고하를 떠나 조직원들 각자가 자신의 몫을 다 하도록 책임과 권한을 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의 지적은 꼼꼼하고 빈틈이 없는 이순신에게 사람을 믿고 쓸 줄 아는 계기가 되게 했다. 부하들을 격려하고 포용하면서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첫 전투인 옥포해전에서 왜선 26척을 침몰시키면서도 전라좌수영 수군은 단 한 명의 사상자도 내지 않은 대승을 거둘 수 있게 한 것이다.

완벽한 승리는 조직원 개개인이 본인의 역할을 철저히 수행한 결과였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일인분을 해내느냐 마느냐에 달려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그 날 이후 나는 제 몫을 다하는 사람을 동경하기 시작했다. 이순신처럼 수십인 분까지는 못 하더라도 주어진 일만큼은 반드시 해낼 것이라 다짐했다. 언젠가 사회의 일원이 된다면 내 몫의 가치를 다하고 싶다는 소망이 싹텄다. 직업을 가져야만 달성할 수 있는 일이라면 공직자가 되었을 때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를 생각했다. 빛도 없는 배 밑바닥에서 노를 젓는 천민들에게도‘격군’이라는 명칭이 주어졌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직업을 갖는다는 건 독립이요, 내 삶이 시작됨을 뜻한다. 사회적으로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국가경제에 이바지하고, 개인적으론 자신을 돌보며 가정을 부양하게 되기 때문이다. 공인이든 사인이든 직업이 있어야만 경제력과 책임을 다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바로 한 사람의 몫을 완성하는 길이다. 그래서 일인분을 해낸다는 건 내 어깨의 무게를 감당하는 것과 같지만 오늘날 젊은이들에겐 낯선 말일지도 모른다. 직장생활의 시작은 자기계발의 설렘도,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도 아닌 두려움과 가깝게 느끼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부모의 보살핌 속에서 비눈 바람을 직접 맞아본 적이 없었으니, 구름다리를 건너는 양처럼 조심스럽고 보폭도 작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신중함은 보신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무언가 선택을 해야 할 때, 포기하거나 다른 사람이 대신 행동해 주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그러기에 첫 직장을 시작하는 사회 초년생은 강한 용기가 필요하다. 막연한 두려움에 빠져 스스로의 가치를 평가절하하지 말아야 한다. 책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본인만의 기준과 견해를 세우되 선배들의 경험과 조언을 무시해선 안 된다. 세상에 나만큼 힘든 사람이 없다는 건 착각일 뿐이니 공포에 휩싸여 몸만 사리기에 급급해서도 안 된다. 오늘만이 아닌 내일이 있다는 여유를 가지되 매사를 미루는 일이 습관이 되어선 안 된다. 자신의 평판을 잘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남의 눈치를 보면 인격이 우스워진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특히 공직자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일인분을 감당하고 있다는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 최선을 다해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자신의 몫을 감당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나를 존중해주고 믿어야 한다. 정말 나는 아직 희망에 찬 새내기다. 너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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