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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도올 기행

@김승용 입력 2020.01.05. 15:33

전동호 전남도 건설교통국장

석좌교수, 배우(감독, 각본, 원작), 기자, 한의사를 지냈다. 음악, 미술, 무술과 통하면서도 새로운 도전을 늘 시도했다. 1986년 4월 모교 교수직을 내려놓고 그가 걸어왔던 길이다. 지금은 도올서원 원장으로 ‘인간의 진리는 사회적 실천을 통해서만 실현된다’며 현실참여를 활발히 하고 있다. 진정한 이 시대의 자유인이다.

도올은 1948년 6월 천안의 한 기독교 집안에서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첫째와는 21살 터울, 여순항쟁 발발 몇 달 전이었다. 어린 시절 고집통은 풀 한 포기에도 눈을 떼지 않는 집중력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풍산홍씨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 속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59년에 상경한다. 더 큰 배움을 위해서다. 보성중고 졸업, 65년 고려대 생물학과 입학, 한국신학대 편입, 다시 철학과 복학 후 졸업, 72년 대만과 74년 동경을 거쳐 77년 미국으로 건너간다. 11년여 유학생활은 대만국립대에서 만난 2살 연상 유학생 최씨 아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1982년 서른다섯에 하버드대 철학박사를 취득한 열정은 마치 이순신이 서른둘에 무과급제를 한 의지와 같았다. 늦 터진 공부는 수련 자체였다. 청소년기 입시실패와 방황, 관절염이 준 고전 읽기와 한방체험도 보탬이 됐다.

그는 이제 해남을 고향이라 한다. 그 연유는 증조부 해은 김중연이 충북 제천 상천리 광산김씨 자자일촌에서 선대 묘를 이장해오며 시작된다. ‘이 땅의 끝으로 가라’는 명성황후의 당부를 지키며 해남현감, 영암군수, 전라도병마절도사를 지냈다. 도올이 ‘함평천지…’로 시작하는 호남가를 목청껏 부를 수 있는 근간이었다. 그리고 세계 종교, 사상과 이념을 넘나들며 90여권을 저작했다. 지금도 진행 중이다. 최근엔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 중에 읽은 3권을 SNS에 추천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첫 번째 ‘슬픈 쥐의 윤회’는 도올의 철학이 담긴 13가지 이야기다. 천산재에서 키우던 닭을 헤친 서공(쥐)을 잡고서도 매실나무 아래에 묻어주며 윤회의 열매로 맺어라 슬퍼한 ‘애서윤회’에서 제목을 따왔다. 나도 닭을 키우며 쥐를 잡던 때가 있었다. 올 초엔 덫에 걸린 걸 보고서도 ‘네가 살려면 다리를 자르는 수밖에 없겠지’하고 내버려뒀더니, 어느 날 발목만 남긴 채 사라지고 없었다. 관심법인가라고 물을 순 없지만 그날 이후 그 배수구 쥐덫은 할 일이 없어졌다. 두 번째 ‘스무 살 반야심경에 미치다’는 그의 체험, 불교이해와 경전 260자를 알기 쉽게 풀었다. 젊은이들과 소통, 종교보다 인간이 중요하다며 덮어씌워진 겉껍데기 규범은 가라고 했다. ‘통일·청춘을 말하다’는 유시민의 질문에 답한 내용으로 ‘2007년 노무현 김정일 10·4 남북정상선언’ 12주년을 기념했다. 북한에 대한 이해, 왜 통일을, 미국 중국 일본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통해 작년 4·27 판문점과 9·19 평양 남북정상회담 이후 꽉 막힌 해법을 우리 스스로 찾고자 했다.

그의 글, 말과 행동은 기행(奇行)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내겐 어디서나 기행(起行)이다. 운전 중엔 소리로, 집에선 보고 느끼는 친구가 된다. 특히 ‘사랑하지 말자(78쪽)’에선 내 고향 엄길리 지석묘가 우리나라 4만 여기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곳이라며 꼭 한번 가보라고 했다. 그렇지만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께’로 시작하는 1987년 작품 ‘절차탁마대기만성’은 아직도 다를 보진 못했다. 글자는 작고 한문이 섞여있어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도올은 ‘포기하지 마라, 도전하라, 하고픈 일을 해라, 강요하지 마라, 아들딸을 믿어라’고 한다. 두려움은 극복이 아닌 참는 거라며, 불의를 보고도 지나치는 비겁함을 이길 수 있어야 하고, 생존을 위한 존엄은 지켜야 하지만 이기기 위한 변절은 아니라고 했다. 생각 없이 눈치만 살피지는 말자며 손가락이 문드러지도록 일필휘지하면서도 주워 담을 수 없는 말은 하지 않고, 권력은 욕심이라며 내 잔을 구별할 줄도 안다고 했다. 항상 ‘용기 있게 정의를 실천하라, 깨어나라’고 한다. 그가 다시 고향에 왔다. 1월 6일부터 흑석산 자락 계곡면 ‘가학산 휴양림’에서 청소년 학생들을 위한 ‘도올 인재학당’을 연다. 나도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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