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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본립도생(本立道生)의 마음으로 대피의식 전환

@김지용 청연한방병원 병원장 입력 2020.01.07. 16:38

이원용 광주 북부소방서장

어느새 기해년 한해가 저물고 경자년(庚子年) 새해가 밝았다. 경자년은 ‘흰 쥐의 해’로 쥐는 십이지의 첫 자리를 차지하는 동물로서 새로운 출발점을 의미하는데 이는 국가직 전환으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우리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하다.

소방 슬로건 또한 새로운 시대를 반영하여 변하고 있다. 1970년대 ‘화재신고는 119’, 1990년대 ‘자나깨나 불조심’, 2000년대 이후 ‘집집마다 소화기, 방마다 화재경보기 설치’로 홍보했지만 이제는 ‘불나면 대피먼저’로 주요 슬로건을 정해 소방서마다 적극 홍보 중이다.

2019년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 전(4만7천318건)에 비해 2018년 총 화재건수(4만2천338건)는 소폭 감소했지만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는 2천441명에서 2천594명으로 증가했다.

소방에서는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 주택용 소방시설의 설치를 강조하고, 국가적 차원의 화재안전특별조사와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에게 맞춤형 소방안전교육과 홍보를 하고 있지만 획기적으로 인명피해를 줄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전에는 불이나면 119신고 후 피난로 등의 안전을 확보하며 초기소화를 시도하고, 소화가 곤란하면 신속히 대피하여야 한다며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 초기 화재진압의 중요성만을 강조했다.

실제로 소방청이 지난해 시민 2천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집에서 화재가 발생하거나 화재경보기가 울렸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119에 신고한다’(35.7%), ‘소화기 등을 활용해서 불을 끄려고 시도한다’(20.5%), ‘집 밖으로 대피한다’(20.3%)는 답변은 3위에 그쳤다.

그러나 이제는 생각을 바꾸어 다른 시각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 ‘시민들의 발’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특히 어린이나 노약자 등 재난약자의 경우에는 화재가 발생하면 불을 끄는 것보다 신속하게 대피하여야 한다.

외국은 이미 대피에 방점을 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미국의 소방안전연구소(FSRI)는 ‘잠들기 전에 문을 닫자’, 호주의 퀸즐랜드주 정부는 시민들에게 ‘불나면 대피하라’(Get out, Fire about), 영국은 ‘가정내 비상대피계획을 세워라’를 전개하며 대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화재가 발생하면 대부분은 연기에 질식돼 사망하거나 신체상의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2018년 11월 서울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화재사실 전파 없이 세입자가 10여분간 불을 끄려다 실패하여 7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초기 대피가 늦어져 참혹한 결과를 보여준 화재였다.

반면 지난해 6월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화재의 경우는 교사 2명이 116여명의 학생과 직원들을 모두 대피시키고 화장실에 피신해 있다가 무사히 구조됐는데 초기대피가 잘 이루어진 모범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위급한 상황에서 가장 빨리해야 하는 일은 ‘대피’이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명 대피는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고 헤매기 쉽기 때문에, 인명대피를 잘하기 위해서 대상물의 관계인은 평소 ‘대피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한국국학진흥원은 2020년 경자년을 사자성어로 ‘본립도생(本立道生)’으로 선정했다. ‘기본이 바로 서면 길 또한 자연스럽게 생긴다’는 뜻으로 옛 사람들은 늘 근본에 힘써야 함을 강조했다.

언어를 배우려면 알파벳을 외우고, 운동을 잘 하려면 체력을 기르고, 책을 읽으려면 낱말의 뜻을 알아야 하듯, 화재로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평소 화재 대피훈련을 통해 대피요령을 몸으로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안전의 시작은 ‘대피’이다. ‘불나면 대피먼저’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시민들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기본원칙 ‘대피먼저’, 나 홀로 ‘대피’보단 다함께 사는 ‘함께 대피’를 기억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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