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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광주문학관 장소, 문제 없는가

@김종(시인) 김종(시인) 입력 2020.04.07. 11:36 수정 2020.04.09. 10:58

광주시 북구 각화대로 91, '시화마을'에 오는 2022년 완공을 목표로 지상 4층 규모의 광주문학관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고 한다. 보도기사를 접하고는 환희작약 각화동 시화마을을 찾았고 적이 놀라고 말았다.

시화마을은 어디서부터 설명할지가 난감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지역이 안고 있는 여러 결함들을 들려주었다. 통로가 역방향이고 비좁은 도로 땜에 규모 있는 행사는 아예 불가능이라는 것이었다. 문득 올려다보니 고가(高架)의 제2순환도로가 소음과 함께 공포스럽게 지나가고 있었다. 이런 환경이면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광주문학을 보여주고 즐길 애용공간으로는 부적합하다고 여겨졌다. 미래의 문학관은 볼거리 차원에서 광주의 정서와 감동을 담보하고 생산해야 한다. 가족단위로 와서 행사도 보고 풍광도 살피고 휴식도 취하고 공부도 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그런 이유로 문학관은 건립되는 장소가 무엇보다 우선하다는 것이 필자가 갖는 생각이다.

이쯤에 와서 확실해지는 것. 바쁠수록 제대로 가야한다. 문학관은 언제 지어도 짓게 되어 있다. 이 같은 곳에 세울 문학관이라면 더더욱 그렇다는 얘기다. 무려 25년을 기다렸던 문학관이다. 수절과부처럼 오매불망 기다린 결과가 이 정도라면 더 이상 못 기다릴 이유도 없다. 명품문학관을 위해서는 '빨리빨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도저도 명품문학관을 목표해야 하니까. 문학관은 시민들을 위해서도 서둘러야 할 공간이지만 광주를 찾는 사람들에게 펼쳐놓고 자랑할 광주를 마케팅 하는 문화상품 중의 하나이다.

언필칭 광주는 '문화수도'인데 '문학관이 없는 도시'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장고 끝에 악수 두더라고 그 수많은 장소를 놔두고 결정했다는 곳이 하필 시화마을인가.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고 온몸이 휘청거렸다. 문학과 이웃한 미술 쪽의 여러 일들이나 유서 깊은 무등산 자락의 문학적 성과 등이 떠오르고…문학관 건립 이후의 일들이 더 걱정스러워졌다.

광주와 무등산은 가사(歌辭)문학의 성지이고 한국근현대문학사의 극광(極光)인 '시문학파'가 박용철 시인이 주도한 것은 주지의 일이다. 그런데 전자는 '한국가사문학관'이란 이름으로 담양에, 후자는 '시문학파기념관'이란 이름으로 강진에 넘겨주고 말았다. 이리된 마당에 문학관의 일마저 이쯤이니 선조 문인들에게 머리 조아려 용서를 빌만큼 죄송한 일이 되어버렸다.

손가락 빨다가 그리된 것도 아니건만 두 개의 문학관은 꿩도 매도 놓친 형국이다. 이런 터에 짓는 문학관이 이리 궁벽하고 불편한 곳이라면 후일 겪을 후회의 쓰나미를 어찌 감당할 것인가. 문학창고를 짓는 일도 아니고 명색이 광주의 문학관인데 이리되면 누구에게도 외면당할 산지기 거문고 신세가 될 게 뻔하다.

광주에서 문학관 추진의 역사는 1996년으로 거슬러 간다. 당시 언론들의 협조를 얻어 광주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문학관을 추진하는 선발주자였다. 그러던 광주가 우여곡절만 거듭했을 뿐 별무성과일 때 우리를 벤치마킹한 다른 지역은 지금 활발히 문학관을 운영하고 있다.

우는 아이 젖 준다는 말은 항용 실감될 때가 많다. 그간 행정을 비롯한 주변에다 우리문학인들은 너무나 순진했다. 그 결과가 오늘의 처지에 이르렀다면 문학인의 응분의 책임 또한 문학인의 것이다. 최소한 미술관과 연계한 장소쯤은 문학관 부지에 고려대상이 될 수는 없었을까.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문학관의 일이 이쯤이면 새 후보지를 위해 또 다른 어려움을 감내해야할지 모른다.

문학관 장소로 광주는 명당자리가 수두룩하고 사통팔달이 열린 상태다. 그리고 문학관위원 제위께는 지금의 위치를 두고 토론도 하고 현장답사도 하셨을 것인데 모두들 괜찮다고들 하신 것인지 묻고 싶다. 문학관은 백년대계의 산물이다. 한번 지어지면 다시 짓기는 정말 어렵다. 마땅한 공간에다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 광주는 "가장 늦게"라는 불명예를 씻기 위해서라도 정성을 담은 명품문학관으로 가야 한다. 이는 누가 봐도 '역시 광주'라는 평가를 받아야하고 지금 추진하는 문학관이 그런 문학관이기를 소망한다.

광주미술관이 현재의 중외공원으로 옮길 무렵 한 부분을 돕기도 했고 그 과정들을 기억하는 필자로서는 추진되고 있는 오늘의 광주문학관 부지문제가 이 지경에 이른 일을 새삼 되돌아보고 있다. 후보지 네 곳을 놓고 골랐다는데 다른 세 곳은 어디어디를 말하는 것일까. 선택의 여지가 궁색한 곳이라면 후보지가 여러 곳인들 무슨 소용인가. 현재의 위치에다 짓는 문학관 또한 무엇 땜에 거기에 지어지는가를 우리가 묻고 후손에게 답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각화대로에다 짓겠다는 광주문학관은 강력 재고를 요청하고 문학인들의 전진적인 더 많은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늦었다고 짓는 문학관이 남들이 장에 가니까 우리도 가는 그런 문학관이어서는 안 될 일이다. 광주와 무등산이 어떤 곳인가. 이들의 문학적 성과를 빼면 한국문학사를 쓸 수 없을 만큼 우리의 문학사적 성과는 크고 눈부시다. 이를 받쳐 세울 문학관은 장소에서부터 신중해야 하고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일 또한 없어야 하겠기 때문이다.

김 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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