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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5·18진상규명의 과제와 각오

@무등일보 입력 2020.05.17. 16:02 수정 2020.05.17. 16:22

역사와 국민으로부터, 특히 지난 40년 동안 5·18민주화운동의 진상규명을 갈망해 온 5·18피해당사자들로부터 부여받은 사명과 책임감의 무게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이 더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은 특별법에 의한 독립된 국가기구로서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출범하였고, 그 어느 때보다 국민적 관심과 기대가 크기 때문입니다. 이에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지난 5월 11일 전원위원회에서 국민적 관심과 의혹, 피해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하여 우선 조사대상을 특정하고 직권조사에 의한 조사개시 명령을 결정하였습니다.

그 첫째는 자위권 발동이었다는 주장으로 발포명령 책임자를 덮어 온 것에 대해 발포명령자와 그 책임소재를 명확히 규명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광주전역에서, 심지어 전남지역에서까지 광범위하게 벌어진 사망, 상해, 행방불명 등의 중대인권침해를 낱낱이 재조사하여 그동안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던 희생자들의 사망경위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5·18희생자 전수조사'이자 '5·18피해현장지도'의 재구축이 될 것입니다.

셋째는 시위상황과 무관하게 저질러진 민간인 집단학살 사건들에 대한 총체적인 진상규명입니다. 주남마을 집단 민간인 살해, 송암동 집단 민간인 살해, 전재수 방광범과 같은 어린이들의 살해, 전남대 이학부 건물과 교도소 안에 구금되어 있던 시민들에게 가해진 반인도적 가혹행위의 실체적 확인, 화정동 일원의 주택가에 무차별 총격을 가하여 무고한 시민들을 집단 학살한 사건, 5월 20일 밤늦게 광주역 일원의 주택가를 향해 무차별 집단발포를 자행한 사건 등에 대한 조사입니다.

넷째는, 행방불명자의 규모와 그 소재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현재 5·18관련 행방불명자 신고 건수는 신청의 중복을 포함, 모두 448건이며, 이 중에서 84건이 인정되었고, 242명이 불인정되었습니다. 인정받지 못한 행방불명자들의 경우 대부분 현장 중심의 인우보증을 확보할 수 없거나 사실관계를 입증할 증거력의 한계 때문이었습니다. 이 불인정자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여 단 한사람의 행방불명자라도 찾아내는 일입니다. 아울러 84명의 인정된 행방불명자 중에 유전자 대조를 통해 신원이 확인된 6명과 아직 신원미상으로 안장되어 있는 5명 외에 73명의 인정된 행방불명자의 소재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섯째는 북한군 침투설을 주장하는 지만원 등의 왜곡과 조작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자신들이 북한군으로 광주에 다녀갔다고 주장하는 탈북인들에 대해서도 그 사실관계를 명확히 규명해낼 것입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북한군이 선동하여 광주교도소를 여러 차례 습격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 진상을 규명할 것입니다.

여섯째는 광주와 전남일원의 무기고 습격과 시민들의 무기획득 과정, 그리고 시민군들의 무기 사용 등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조사를 통해 시민들이 먼저 발포해서 5월 21일 도청 앞 집단발포를 자위적 수단으로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진상을 규명하고자 합니다.

일곱째, 계엄군에 의해 저질러진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 사건 하나하나를 밝히고 그 가해자들을 특정하는 것입니다. 이미 2018년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국가인권위원회, 국방부, 여성가족부 등이 합동으로 이 사건을 조사하였고, 그 결과 17건의 확인된 내용이 지금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이관되어 있습니다. 이 외에도 광주에서 열흘 동안 곳곳에서 저질러진 여성들에 대한 반인도적 범죄의 성폭행 사건을 낱낱이 조사할 것입니다.

정말 쉽지 않은 미해결과제들입니다. 결정적으로 그동안 조직적이고 지속적으로 진실을 은폐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고, 많은 기록과 자료들이 폐기된 상태입니다. 여기에 34명에 불과한 조사인력, 조사기간 2년이라는 한계 등은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얼마나 힘겨운 환경을 극복해야 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특별법의 개정 결과와 상관없이 역사로부터 부여받은 이 엄중한 사명 앞에 한없이 겸허해지고자 합니다. 국민이 원하는 진상규명에 이르지 못하면 광주땅을 밟을 수 없다는 절박한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허연식(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 조사2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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