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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환영하며

@박해현 문학박사·초당대 교양교직학부 초빙교수 입력 2020.05.25. 09:56 수정 2020.06.03. 11:11

지난 5월 20일 20대 국회에서 지역의 숙원인 이른바 '마한 특별법'인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되었다. 법안에는 고구려·백제·신라·가야와 함께 마한·탐라도 하나의 역사문화권으로 분류해 정비사업을 추진할 때 국고보조금 지원, 조세 부담금 감면, 입주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 등을 담고 있다. 우리 지역의 마한 역사를 발굴·조사·연구·보존·정비 등에 국비를 투입하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평소 특별법 제정을 주장한 필자로서는 누구보다 기쁨이 크다. 법 제정의 의미와 앞으로 과제를 간단히 언급하고자 한다.

무등일보에 연재된 '새로 쓰는 전라도 마한사'를 통해 독자들은 영산강 유역의 마한사가 한국 고대사의 뿌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마한은 BC 2세기부터 시작해 AD 6세기 중엽까지 약 800년 가까이 존속했다. 그러나 4세기 후반에 마한이 백제의 영역이 되었다는 주장이 60년 넘게 계속되면서 마한사는 사라지고 있다. 2015 개정 한국사 교과서에도 여전히 4세기 후반 백제가 마한을 복속하였다고 서술되고 있다. 신라사에서 백제사, 그리고 가야사로 연구가 확대되는 동안 마한사는 철저히 소외된 탓이다. 가야사도 김대중 정부 때 본격적인 발굴·조사·연구·보존의 결과로 교과서에서 서술 비중이 늘어났다. 마한사는 발굴·조사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 때문에 체계적인 연구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영암군 시종면 내동리 쌍무덤에서 나주 반남 신촌리 9호분 출토 금동관과 동형의 영락(瓔珞)과 왕관 가지 편이 출토되었다. 두 지역이 같은 정치체임을 알려주는 유물이다. 여기에 약 10억 원의 예산이 소요되고 있다. 지방정부의 한정된 예산으로는 고분 하나 발굴하는 것조차 힘겹다. 시종에는 경주 대릉원을 능가하는 대규모 봉분이 수십 기 밀집되어 찬란한 마한의 역사를 웅변하고 있다. 하루바삐 정비·복원해야 하지만, 이들 고분이 마을 가운데 있어 국가 예산의 지원 없이는 발굴·조사는 불가능하다. 마한 특별법 제정이 절실한 이유였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가야 지역 발굴 조사 사업은 국비가 투입되는 등 가속화 되었다. 그곳이 지역구인 여당 의원이 발의한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에 마한이 빠져 있었다. 전남도·의회 등에서 문화재청과 국회에 그 법안에 '마한을 포함해야 한다'는 논리를 줄기차게 요구해 결실을 본 것이다. '마한 아카이브' 예산을 편성하고 국회에서 세미나를 여는 등 특별법 제정 여론을 환기한 김영록 전남지사와 문화재청을 설득하는 데 정성을 기울인 담당 공무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을 기억해야 한다. 나주와 영암에서 마한축제를 통해 지역의 정체성을 강조했던 것도 주효했다. 마한 관련 글을 여러 해 연재해 일반 대중의 관심을 키운 무등일보의 역할도 적지 않다.

특별법은 특별회계 편성을 통한 재정 지원과 문화재청장을 계획수립자로 함으로써 국가의 역할을 강조했다. 동시에 역사문화권 지정 요청자를 시장·군수 등 기초자치단체장으로 하고, 역사문화권연구재단을 지방자치단체에 설치할 수 있는 근거 등도 담겨 있다. 법은 1년 후부터 시행된다고 되어 있어 그동안 특별법 시행과 관련된 내용을 잘 담아야 한다. 특별법은 국가의 역할도 강조되었지만, 결국 기초단체에서 계획을 수립해 도를 거쳐 중앙정부에 요청하게 되어 있다. 국책사업이지만 계획 수립의 주체는 기초단체임을 분명히 했다. 기초단체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알 수 있겠다. 기초단체는 도와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관련 전문가 집단과 중지를 모아 지역의 정체성에 맞는 사업을 구상해야 한다. 새로이 설립될 역사문화권연구재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마한 관련 사업에 국비를 투입하고 체계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연구재단도 만들어지는 등 마한사 연구가 본궤도에 오를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진 셈이다. 그러나 마한사의 관점에서 한국 고대사를 이해하려는 발상의 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안 된다. '백제의 마한'이 아닌 '마한의 백제'를 입증하는 증거들이 차고도 넘친다. 이를 애써 무시하려 한다면 특별법 제정 의미는 퇴색될 것이다.

박해현(문학박사·초당대 교양교직학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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