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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청년의 시선-청년 김재순, 일하다 죽다

@박수민 광주청년센터 센터장 입력 2020.06.02. 09:54 수정 2020.06.09. 10:58

김재순. 한 번도 만나 적 없던 이를 뉴스를 통해 처음 만났다. 그가 일하던 폐자재 재활용업체에서 파쇄기에 몸이 끼어 숨졌다는 내용을 보고 눈을 감았다.

광주에서 일자리를 얻게 됐다는 들뜬 목소리의 전화가 마지막 통화가 될 줄 몰랐다는 아버지의 이야기에 어떤 말이 더 필요할까. 자식의 죽음 앞에서도 삶은 팍팍하고 막막하다. 아버지는 다시 회사로 돌아가 야근을 해야 한다. 비정규직이라 연차를 쓸 수도 없다. 비정규직은 슬픔도 회사와 조정해야 한다.

뉴스에서 만나는 죽음들은 하나같이 모두 억울하다. 김재순 그처럼.

난 이 억울한 죽음을 참 많이 봤다. 나만 본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봤다. 이름만 달라졌을 뿐 노동의 현장만 다를 뿐 그들은 모두 평범한 청년이었다는 후일담을 남기고 일을 하다 숨졌다. 4년 전 구의역에서 또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최근에는 수원의 한 건설현장에서 숨졌다. 평범한 청년들이 일을 하다 죽는다.

높은 청년실업률을 이야기하며 미취업상태에서 취업상태로 이행시키기 위한 일자리 정책들 속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청년들이 눈이 높다고 말한다. 조금 힘들어도 참아야지 참을성이 없다고 한다. 나 때는 더 힘들었다며 요즘은 사회에서 청년들에게 취업하라고 돈(수당)도 준다며 좋은 세상이라고 말한다. 일 하다 죽음을 마주한 일에 대해서는 그저 안타까운 일 중에 하나일 뿐이다. 아마 이 죽음 이후 시간이 흐르면 또 다시 미취업에서 취업상태로 이행하는 것만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청년들은 취업률 숫자와 실업률 숫자로 불러질 것이다.

어떻게 청년들에게 이런 노동환경에서 일하라고, 취업하라고 말할 수 있을까.

죽은 사람은 있는데 죽음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사업장은 다른데 변명은 한결같다. 억울함에 대한 사연은 길고 긴데 변명은 너무 짧다. 죄송합니다.

죽지 않았을 뿐 일하다 다치고 아픈 이들도 적지 않다. 비정규직 노동자, 계약직 노동자, 프리랜서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로 노동자 이름 앞에 다양한 수식어를 달고 일하는 이들이 불안하고 위험하게 일한다. 우리는 언제 그냥 노동자가 될 수 있을까.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핸드폰 부품 공장에서 일하다 실명한 청년들, 일하다 다쳤어도 재계약이 되지 않을까 다시 일하지 못할까 전전긍긍하며 산재를 신청하지 않는 이들은 죽지 않았을 뿐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김재순. 그의 죽음이 억울한 이들이 모여 소리친다. "산재 사망은 살인이다! 사업주를 처벌하라! 처벌하라! 처벌하라!" 살아서 억울한 울음을 뿜어내는 이들의 목소리가 거칠고 처절하다.

우리 사회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박수민  광주청년센터 센터장 /지역공공정책플랫폼 광주로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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