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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남도의병역사와 독립운동의 플랫폼 나주

@명 진 항일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 광주전남지회장 입력 2020.06.14. 11:15 수정 2020.06.14. 13:59

역사의 위기 때마다 스스로 일어나 나라를 구하는 길에 나선 이들이 있어 오늘의 우리가 있다. 특히 구한말에서 일제강점기로 이어지는 우리 민족 최대의 수난기에 이름 없이 사라진 수많은 의병과 독립운동가들의 존재가 있었기에 우리는 빼앗긴 역사를 되찾을 수 있었다. 이들의 정신과 뜻을 기리며 역사의 뒤안길에 가려졌던 투쟁적 삶을 발굴하여 제자리를 잡게 하는 것은 우리시대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이다.

전라도는 예로부터 의향의 고장임을 자랑스러워한다. 예와 의를 존중하는 전라도의 전통은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확고해졌다. 그리고 구한말 치욕의 시기에 전라도 곳곳에서는 유생이건 아전이건 평민이건 출신에 개의치 않고 스스로 떨쳐 일어나 의병을 모아 반일투쟁을 전개하였다. 전라도의 아무개들이 나라를 위해 초개와 같이 목숨을 바친 것이다.

전라남도에 있는 항일의병투쟁 관련 현장 시설들은 180여개라고 한다. 소규모이거나 문중이나 개인들이 관리하고 있어 그에 따른 한계가 노정되고 있다고 한다. 남도의병 역사공원의 필요성이 절실한 지점이다. 남도의병 역사공원이 설립되면 의향의 고장 전라남도의 정신과 전통을 한 곳에 모으고 흩어져있는 유물과 유적지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보존하며 교육의 장으로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어디에 설립할 것인가이다. 각 후보지 별로 강점이 있겠지만 오랜 시간동안 전라도의 중심으로 역할을 해오면서 위기 때마다 구국정신으로 나라를 지킨 도시 나주를 떠올려본다.

전라도라는 명칭이 천 년 전 고려 현종 때 당시 큰 도시였던 전주와 나주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들어질 만큼 나주는 문화적으로 지리적으로 전라도의 중심적 위치에 있었다. 그런데 1896년 전라남도가 설치되었을 때 관찰부는 나주가 아니라 광주가 되었다. 그 이유는 1895년 제1차 의병운동인 을미의병에 아전들 중심으로 크게 일어나 일제침략의 앞잡이 노릇을 하던 관찰사가 나주를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나주는 전라남도 수부의 자리를 광주에 내주고 외세의 침략에 대한 저항의 중심지로 새롭게 부상하게 되었다. 정미의병에서는 유생들과 평민들이 적극 일어나 호남창의회맹소(湖南倡義會盟所) 의병장 김태원과 김율의 영향을 받으며 활동하였고 이를 이어 심수택 의병장이 남평에서 봉기하여 다시 한번 투쟁의 불을 당김으로 호남의병은 일제와 무력전쟁을 이어가게 되었다. '남한폭도대토벌작전'은 이러한 호남의병을 말살시키기 위한 일제의 잔악한 작전으로 결국 남도의병들은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또한 영산강의 곡창지대를 아우르고 있는 나주는 개항이후 나주평야를 난도질한 일제수탈의 현장이 곳곳에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나주를 비롯한 인근지역은 쌀과 면화를 중심으로 한 일제의 식량 및 원료의 공급 기지이면서 동시에 일본 면제품 판매 시장으로 변모되어 호남 지역의 농촌 경제는 급속히 악화되었다. 러·일 전쟁 이후에는 노골적인 토지 침탈을 통해 농민들의 생활 터전을 빼앗았고 땅을 잃은 농민들은 소작농으로 전락되었다. '동척'의 토지수탈에 맞서 저항하다 목숨을 잃은 나주 왕곡면의 여성농민(이회춘의 노모) 사건은 (고막원교회 76년사에 수록) 나주농민의 현실과 저항을 집약적으로 보여주었다.

나주의 저항정신과 투쟁경험은 일제강점기 학생운동, 농민운동 신간회 운동 등의 사회운동으로 이어졌고 결국은 학생독립운동의 도화선이 되어 3·1운동 이후 최대 규모의 전국시위를 촉발시키게 되었다.

이렇게 나주는 남도의병운동, 항일독립운동의 중요한 현장들이 수없이 교차하는 근현대사의 장면들을 간직하고 있다. 남도의병투쟁과 독립운동의 플랫폼으로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주에 남도의병기념공원이 설립된다면 선조들이 피로써 지켜온 의향의 역사, 과거와 미래의 대화는 나주 천년의 울림과 어우러져 더욱 풍부해질 것이다.

명 진(항일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 광주전남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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