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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시선-재난지원금과 인권감수성

@김유빈 지역공공정책플랫폼 광주로 이사 입력 2020.07.06. 13:34 수정 2020.07.07. 12:05

지난 5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경제, 문화, 사회가 멈춘 가운데 정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이 재난지원금을 통해 육류 소비가 늘었고 소비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으며 정부의 실체를 실감한다는 기사가 매일 같이 등장했었다. 재난지원금 사용이 거의 끝나간 지금, 다시 소비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상황이지만 재난지원금을 통한 효과는 분명했다. 필자 역시 재난지원금을 환영했으며 재난지원금을 통해 미뤄뒀던 생필품을 사고 좋아하시는 부모님을 보면서 재난지원금의 긍정적인 면을 생각하게 되었다.

이렇듯 재난지원금의 긍정적인 면이 있으나 그 안에 배제되는 이들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필자는 재난지원금 지급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재난지원금은 오직 '세대주'만 신청할 수 있고 금액의 기준은 가구로 삼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가 스스로 한국사회의 만연한 '정상가족 신화'를 재확인하며 '가부장제'를 인정한 인권감수성이 부재한 정책이라 생각한다.

아마도 정부가 구상한 재난지원금 적용 시스템은 세대주에게 지급되어 가구원들에게 공평하게 나눠지는 일일 것이다. 이를 위한 전제조건은 가구 내 모든 구성원이 '평등'해야 하며 '화목'해야 하는데 평등과 화목의 기준을 충족하는 정상가족은 한국사회에 몇 가구나 될지 의구심이 들었다.

필자 외에도 실행 전 세대주가 신청하고 수령하는 시스템과 관련하여 문제 제기가 있었다. 이에 정부는 세대주가 등록한 재난지원금 카드회사의 모든 카드에서 사용 가능하니 그 카드를 나눠 사용하면 된다고 발표했다. 세대원이 세대주의 카드로 재난지원금을 사용하게 된다면 언제, 어디서, 얼마를 사용했는지 세대주에게 그대로 문자로 통보된다. 가족이라고 모든 일상이 공유되어도 괜찮은 것인가. 실제 배우자의 카드사용 내역을 받아보며 방문한 장소, 금액 등을 확인하는 일도 가정폭력인데 이 시스템 역시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더하여 여성폭력피해생존자들만 봐도 이 시스템의 문제점을 확연히 알 수 있다. 세대주, 세대원에게 폭력과 성폭력피해를 입은 여성폭력피해생존자들은 직간접적으로도 이 제도에 속하지 못한다. 예시로 친부에 의한 성폭력피해를 입은 피해생존자를 가정해보자. 친부가 성폭력가해자로서 형량을 받고 성폭력피해생존자와 분리조치 되더라도 이 피해생존자에게 친권보호자 그리고 세대주는 가해자인 친부다. 이런 상황에 세대원인 피해생존자는 이 정책으로부터 어떠한 혜택도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필자는 성폭력피해생존자 쉼터에 근무하며 이 사각지대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관할 구청과 소통하며 정부에서도 위의 사각지대와 관련된 대안이 없는 것으로 보였다. 국가가 성폭력피해를 주요정책 논의 시 고려조차 하지 않는 개인적인 일임을 인정한 것 같아 매우 씁쓸했다.

코로나19사태로 인해 어려움이 직면한 것은 정부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국가를 운영하고 국민을 살피는 일은 환영할만하다. 그러나 '모든 국민' 이라는 보편성과 균등함을 내건 정책이라면 더욱더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써야 될 것이다. 지급 기준을 가구와 세대주가 아닌 각 개인에게 부여하고 청소녀(년)에 대한 지급도 고민해야 될 것이다. 여성폭력피해자 뿐 만 아니라 노인, 이주민, 노숙자 등이 배제되지 않도록, 위치 지어진 약자를 더욱 약자로 만드는 상황은 지양해야 될 것이다.

현재 코로나19 사태가 다시 소규모 집단감염 형태로 전국적 차원에서 보이고 있고 우리지역 광주에서도 진행 중인 상황이다. 코로나19에 대응을 위해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모든 분들의 노고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부디 함께 나아감에 있어 인권감수성이 듬뿍 포함된 정책을 요구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나 그렇듯 이겨낼 것이라 확신한다. 김유빈 지역공공정책플랫폼 광주로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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