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09(일)
현재기온 27.4°c대기 좋음풍속 2.6m/s습도 85%

[교단칼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만드는 사람들

@김지선 각화중학교 교사 입력 2020.03.02. 13:36 수정 2020.03.08. 22:18

설 명절 지나고부터 봄기운이 느껴지더니 이제는 여기저기서 봄소식이다. 매화는 꽃망울을 터트려 진한 향기로 벌들을 유혹하고, 산수유꽃도 수줍게 노란빛으로 반짝이고, 동백도 선명한 붉은색으로 눈길을 끈다. 그런데 이렇게 아름다운 봄날을 창밖으로만 바라보고 있다. 그렇게 3월로 접어들었다.

예전 같으며 가장 바쁘고, 가장 설레면서도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던 입학일이 1주일 연기되었다. 지금 상황으로는 추가 연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철없던 어린 시절 같았으면 방학이 끝나고 천재지변으로 학교에 문제가 생겨 개학이 늦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이렇게 허망하고 가슴 아프게 현실에서 이뤄지다니! 막상 개학이 연기되니, 더욱 불안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특히 예전과 같지 않은 2월을 보내고 나니 더욱 불안했던 것 같다.

교사로서 2월 한 달은 안타까움과 아쉬움의 시간이었다. 계획대로라면 1주일에 1회 정도는 연수를 받으며, 수업과 업무에 대해 고민하고 계획하며 새 학기 준비의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면서 대다수의 연수가 취소되었다. 예년 같으면 동교과 교사끼리 수업을 디자인하고 평가계획을 고민하고, 동학년 교사들끼리는 학급운영이나 생활지도를 함께 의논했을 텐데…. 다행히도 2월 중순 심각 단계로 격상되기 전에 학교 단위 연수를 마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연수에서 답을 찾을 수 없다면 개인적으로 독서를 하거나 공부를 해야 하는데, 시시각각 올라가는 확진자 수와 쏟아지는 뉴스에 빠져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막연한 불안감으로 점철된 일상은 무언가 하지 않은 채로도 빠르게 흘러가기만 했다.

불안과 공포로 쫄보가 된 필자와 달리 주변에서는 위기 속에서도 희망을 찾고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있었다. 필자가 속한 교과 모임 SNS에서는 아이들과 만나 좋은 수업을 펼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글들과 그에 대한 선의의 답변과 자료들이 1, 2월 동안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개학이 연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수업 나눔 자료와 아이디어들은 더욱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필자 주변의 과학 선생님은 개학하면 아이들과 함께 개인 손소독제를 만드는 수업부터 시작할 예정이라고 했다. 평소 환경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교사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생님은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들기 위해 작은 것이라도 함께 실천하는 교육활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쳐가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그리고 아직 얼굴도 보지 못한 아이들이지만, 휴업 기간 동안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보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소통하려 노력하는 많은 선생님들이 있다.

그리고 3월 1일 ‘광주공동체 특별 담화문’이 발표되었다. ‘1980년 5월, 고립되었던 광주가 결코 외롭지 않았던 것은 광주와 뜻을 함께 해준 수많은 연대의 손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우리가 빚을 갚아야 할 때입니다’라고 하며 광주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에 영향이 없도록 철저한 방역과 외부와의 완전 차단 등 만반의 조치를 취하면서 대구를 지원하겠다는 특별 담화문이 발표된 것이다. 내 안의 어려움에만 매달려 타인의 힘든 처지를 강 건너 불구경만 했던 필자는 가슴에 뜨거움이 확 일어났다. 이것이 진정한 광주정신이고, 절망 속에 피어난 연대와 희망이었구나! 이 담화문이 대한민국의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주고, 특히 어려운 상황에 있는 대구 시민들에게 큰 힘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이런 행동의 정신이 우리 아이들에게 가슴으로 전해지기를 바란다.

개학은 1주일 연기되었지만 배움은 학교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국가가 처한 가장 어려운 위기 속에서 그것을 극복해 내는 지혜와 단결의 힘, 그리고 연대의 희망이 학생들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 국민에게 위대한 가르침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대한민국 국민은 코로나를 이겨낼 것이라고 믿는다.

김지선 (각화중학교 교사)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srb.co.kr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