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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칼럼] 교육 공약, 어디 있습니까?

@정화희 빛고을고등학교 수석교사 입력 2020.04.13. 11:02 수정 2020.04.13. 11:14

학교별 원격수업 진행이 한창이다. 수업 중 고3 학생이 묻는다. '선생님! 선거 누굴 찍어요? 처음인데 누군지도 모르겠고 공약도 다 똑같은 거 같아요!'라고. '비밀 투표인데 네가 알아서 할 일이지!'하고 바보답을 해 주었다. 수업을 마치고 헤아려 보았다. 정작 투표권은 주어졌지만 그 행위가 시민교육으로서 어떤 가치가 있는 지는 전혀 학습이 없었다. 그것은 처음으로 투표 행위에 참여하는 전국의 만18세 학생들 모두 같은 생각일 것이다.

지난 해 12월 공직선거법의 개정으로 선거일 기준 만 18세부터 투표참여가 가능해졌다. 광주 5천 622명을 포함 전국적으로 12만 5천여명의 학생 유권자가 새로 탄생하였다. 그러나 교육 시스템은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1회성 선거 계기교육 정도가 전부라고나 할까! 청소년 교육이나 그들의 관심 분야는 공약에서도 다 비켜서 있다. 중앙선거관리원회에 등재된 대표 정당들의 정책을 살펴보드라도 대학교육에 대한 반영은 있지만 청소년들의 학습과 미래 비젼 제시에 대한 구체적 내용들은 아주 빈약한 편이다. 더구나 국가 재난 시 교육정책에 대한 필요성의 대두에도 불구하고 실제 공약에는 아무 것도 없는 상황이다.

또한 개별 후보들의 공약집을 살펴보아도 거대한 담론인 경제와 복지에 대하여만 나열되어 있을 뿐이다. 교육에 대한 약속은 거의 없는 편이니 우리 교육가족은 기준을 어디에 두고 선거를 해야 할지 난감하다. 지역에 부는 정당 바람과 이념에 치우친 판단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공약의 진정성과 실현 가능성을 살펴 투표해야 한다는 당위가 무색해 지는 순간이다.

한 표의 중요성을 잘 알려주는 미국 영화 '스윙 보트'를 생각한다. 빈둥거리며 어떤 정책과 선거에도 관심 없이 '한 표로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고 외치던 주인공. 그런데 그 한 표의 힘과 메시지를 깨달아가며 사회의 적은 바로 자신처럼 무관심한 자라고 고백하며 성찰해 가는 과정을 다룬 영화이다. 그렇다. 우리가 어떤 정책에 의해 움직이는 것, 무슨 메시지에 반응하는 것 그것이 바로 후보들에게 큰 압력이 되고 공약(公約)을 실현하기 위해 날을 새우게 만들 것이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 표의 가치는 경제적으로 얼마나 될까? 그들이 다루게 될 4년간의 예산(2020년 약 512조 4천억)을 유권자 수(2020년 4천299만 4천247명)로 나누어보면 약 4천660만원에 해당하는 가치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가 무관심하는 순간 그 엄청난 예산들은 필요 순서가 아니라 욕망의 순서대로 배분되고 누군가의 주머니를 채우게 될 수도 있다. 어느 세대가 어느 계층이 투표에 많이 참여하였는가는 그들에게 적합한 공약(公約)과 예산 배분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경기 하강으로 직접 대화는커녕 정책 설명도 어려운 선거 운동 상황이다. 선량(選良) 후보들에게 제안한다. 미래 우리 사회의 동량이 될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맞춤형 정책을 개발해 주실 것을. 새로이 유권자가 된 우리 청소년들이 공약과 정책에 의해 움직이고 선택하도록 하는 것, 이것이 바로 당신들이 하실 일이라는 것을. 90도 인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그렇게 조아리며 당선 후의 모습을 상상하는 지 아니면 유권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지 알 수 없지만-기꺼이 머리 숙이는 그 초심을 끝까지 유지하시길 소망한다.

오늘은 그 제자에게 기꺼이 찍어야 할 후보를 말해 주어야 하겠다. 자신에게 맞는 공약을 내 건 후보를, 나아가 공익(公益)에 관심이 있는 후보를, 초심을 잃지 않을 것 같은, 진정성 있는 후보를 선택하라고 말이다. 그리고 영화 속 주인공의 딸이 '살아가기 힘들다고 정치에 무관심한 어른들'을 향해 외쳤던 대사 한 구절을 들려주어야 하겠다.

"속박에서 자유로 자유에서 번영으로 번영에서 만족으로 만족에서 무관심으로 무관심에서 다시 속박으로"

정화희(빛고을고등학교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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