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09(일)
현재기온 27.1°c대기 좋음풍속 2.2m/s습도 86%

[교단칼럼] 온라인 수업

@이운규 신용중 교사 입력 2020.06.15. 11:22 수정 2020.06.15. 11:37

며칠 전에 온라인으로 제출한 한 학생의 과제 글을 읽으면서 한 가지 충격 비슷한 감정을 갖게 되었다. 그 학생은 지금 하고 있는 온라인 수업이 학교에 등교해서 하는 수업보다 훨씬 집중도 잘 되고 좋다고 하였다. 학습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은 그 만큼 배움에도 성공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적어도 이 학생의 경우는 학교에서 교사와 직접 만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배움이 더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교사인 나의 입장에서 이 말은 상당히 서운한 얘기고,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나의 존재 가치를 의심하게 하는 일종의 충격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온라인 수업의 어떤 조건들이 배움을 더 잘 촉진하는가? 교사와 직접 만나서 이루어지는 학교 등교 수업에 비해, 교사와 멀리 떨어진 채 이루어지는 온라인 수업이 교육적인 효과 면에서 더 좋은 점은 무엇인가?

첫째, 학교에서 교사의 매시간 단위 지도를 받지 않게 되면, 학생 입장에서는 자신이 정한 학습 일과와 자신의 페이스(pace)에 맞춰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공부를 하게 되면 교사가 정한 아침 시간에 학습을 시작해서 정해진 시간에 끝내야 한다. 어떤 학생들은 이 시간적 흐름이 자신에게 맞지 않을 수 있다. 아침보다 밤 시간에 공부 집중이 잘 되는 학생은 그 시간에 더 속도를 내서 공부할 수 있다.

둘째, 짜인 학교 시간표에 따라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면,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교과목 공부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집중하여 배울 수 있다. 학교 시간표는 학생들의 개인적 관심사와 거의 관계없이 편성되어 있으며, 각 과목의 주당 시수는 각각의 학생들의 흥미와 특성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다. 온라인 학습 기간에 학생들은 학교 시간표에서 해방되어 한 과목이나 주제에 몇 시간이고 몰입하여 탐구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셋째, 온라인 학습은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곳에서 공부할 수 있다. 딱딱한 학교 책상에서 정해진 시간 동안 정 자세로 앉아 공부할 때 집중이 잘 되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집보다는 학교에서 공부했을 때 효과가 크다는 이론이 있는지, 또는 거실을 걷거나 소파에 누워서 하기보다는 책상에 바르게 앉아서 해야 효과가 있다는 교육학적 이론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모든 학생이 그렇지는 않다는 것만은 확실할 것이다.

넷째, 학교가 아닌 집에서 혼자 공부하게 되면, 다른 학생들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자기만의 학습에 몰입할 수 있다. 실제 학교 수업 진행에서 가장 큰 방해 요소 중의 하나는 바로 '떠드는' 아이들이다. 수업 중에 끊임없이 옆 친구와 잡담을 하거나, 수시로 다른 친구에게 장난을 거는 아이들이다. 그래서 수업 분위기가 망쳐지고 그럼으로써 다수의 아이들이 학습에 침해를 받는다. 온라인 학습에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이는 떠드는 아이들에게도 좋은 일이다. 혼자서 떠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온라인 수업에서 이런 떠드는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가 높아졌다는 외국의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런 온라인 학습의 장점들은 학교 교육과 그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그 시사하는 바란 이런 장점이 있는 온라인 학습의 비율을 앞으로 더 늘려나가야 한다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내 생각에, 이보다는 온라인 수업의 특성과 장점들을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학교 교육을 개혁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 같다. (온라인 학습이 결코 학교 수업을 대체할 수 없는 중요한 이유들이 있다. 그러나 지금 논하고 있는 문제는 아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제기하고 그 해결 방안을 찾는 노력일 것이다. 학생들의 개인적 흥미와 관심, 특성을 반영한 학교 시간표의 편성은 어떻게 가능한가? 학생들에게 학과목 선택의 기회를 늘릴 수 있는 실제적 대안은 무엇인가? 학교 공간 혁신의 방향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수업 방해 학생들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은 있는가?

이운규 신용중 교사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srb.co.kr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