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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칼럼] 코로나19 시대, 학교의 존재 가치를 찾아서

@김지선 각화중학교 교사 입력 2020.06.22. 09:36 수정 2020.06.22. 10:34

전 학년 등교가 마무리되고, 벌써 2주가 지났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학교의 시계는 숨가쁘게 돌아갔던 것 같다. 5월 27일 중학교 3학년 등교를 시작으로 모든 것이 낯선 학교생활이 시작되었다. 학생들이 등교를 시작하는 날부터 발열 체크, 마스크 쓰기, 거리두기, 손씻기 등 작년까지만 해도 생각지도 못했던 방역 생활지침을 준수하기 위해 '가르치는 교사'이기보다는 방역의 최전선에 선 '방역책임자'("이제 학교가 방역의 최전선입니다. 단 한 명의 감염도 막겠다는 마음으로 모두 힘을 합쳐 안전한 학교생활을 만들어 갑시다." 문재인 대통령, 2020.05.08.)로서 학생들과 만났다. 교사로서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방역'과 '학습'의 위태로운 줄타기

'오프라인 학교에선 온라인 수업이나 학원에서 얻을 수 없는 배움이 일어나야 한다'와 '학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 안 된다'라는 당연하고도 중요한 두 원칙을 모두 충족시키는 것이, 지금은 사실상 '미션 임파서블'에 가깝다. 또한 둘은 상충하는 가치다. 배움의 수준을 높이려면 방역이 위협받는다. 방역의 수준을 높이려면 다양한 배움 활동이 불가능하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극단적인 배움의 추구는 팬데믹 현실에 눈감는 일이고, 극단적인 방역의 추구는 '왜 굳이 학교에 나가야 하나?'라는 질문을 피할 수 없다.

(시사인 '학교를 왜 가야 하나 답해야 하는 시간' 중에서 2020.06.23.)

학생들이 등교를 시작하니 줄어든 학사일정에 진도 나가기가 무척이나 숨찼다. 그러다 보니 온라인 학습 상황을 점검하고 곧바로 진도 나가기에 바빴다. 토론이나 모둠학습은 거의 실행할 수 없는 금기어에 가까웠다. 온라인 학습 상황을 점검하다 보니 학생들 간 격차가 생각보다 많이 벌어져 있어서 그동안 학습했던 내용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마무리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것 같다. 그렇게 일제식 수업은 일상화되었고, 그러다 보니 2주가 지났음에도 아이들 얼굴이나 이름을 외우지 못하고 있었다. 작년 같았다면 교사와 학생, 학생들 사이에 서로를 알고 배우는 관계를 만들기 위해 애썼던 고민과 수업들은 코로나19가 만든 두려움과 긴장 속에서 잊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마스크를 쓰고 하는 수업은 고통 그 자체였다. 더운 날씨에 특히 4층에서 이뤄지는 수업은 하루 종일 에어컨을 틀고 있어도(매시간 환기를 철저히 지키고 있음) 답답할 뿐만 아니라 정신이 혼미해지기도 했다. 표정으로 이뤄지는 감정전달이나, 학생들의 반응상황을 체크할 수가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페이스쉴드를 착용하고 소독 스프레이를 뿌려 가면서 최소한의 나의 표정과 언어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리고 등굣길에 발열체크를 위해 반갑게 눈인사하며, 출석을 부를 때 마스크를 잠깐 내리게 하며 얼굴을 익히고 있다. 특히 급식 시간에 지정석에 앉아 급식을 먹는 아이들 표정을 자세히 살피면서 적어도 나 자신이 학생들과 교감하며 배우며 가르치는 교사라는 것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19 시대, 민주적 학교의 가치

우리 학교는 교원은 물론 공무직과 행정직 이른바 학교에 소속된 직원 선생님들까지 등교 및 점심시간 발열 체크는 물론 급식시간 지도까지 함께 하고 있다. '힘든 시국이니 다 함께 나서야 한다'고 말로만 설득하는 것은 코로나19로 인해 생겨난 새로운 업무들로 스트레스가 쌓인 선생님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엔 부족함이 컸다. 특히 많은 학교 안에서 이로 인한 갈등이 폭발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 학교는 지난 3개월 동안 교직원 총회를 두 차례 열면서(회의 중 엄격한 거리두기 유지) 어떻게 하면 힘든 시기를 지혜롭게 건너갈 것인지, 불편을 조금씩 감수하고 함께 협력할 것인지를 열띠게 토론했다. 그 결과 우리 학교는 모든 구성원이 방역의 최전선에서 협력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티아 센이 쓴 '센코노믹스'에 이런 구절이 있다. '자유로운 언론이 존재한 민주 독립국가에서는 본격적인 기근이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중략) 이런저런 까닭으로 만사가 뒤집히고 사태가 대혼란에 빠질 경우, 민주주의가 가져오는 정치적 유인은 대단한 진가를 발휘하게 됩니다'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시련을 맞이하고 있는 지금, 학교와 사회, 국가의 민주주의는 그렇게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고 필자는 굳게 믿고 있다.

김지선 (각화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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