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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칼럼] “학생들, 알아서 투표만 하세요”

@강동준 입력 2020.02.19. 18:13 수정 2020.03.07. 18:10

강동준 편집국장

“징그럽게 말도 안 듣고, 정말 키우기 힘들다….” 고3수험생을 둔 학부모들에게 늘 듣는 얘기다. 공감이다. 밤잠을 설치며 고민하는 수험생들을 볼 때면 연민의 정도 느껴지지만, 하루하루 시달리는 부모들은 애간장이 녹는다. 그렇다면 고3 수험생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통계청 조사를 보면 주중 평균 수면시간은 5.4시간, 하루 11시간 3분 공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고민하는 문제는 69.1%가 공부다. 주5일 이상 아침을 먹지 않은 학생은 10명중 3명꼴(29.9%)로 나타났다. 통계수치로만 봐도 힘든 나날이다.

선거권 왜 만 18세로 낮췄을까

이들 고3학생들이 4월 15일 치러지는 21대 총선에서 첫 투표권을 행사한다. 교복입은 유권자, 또는 새로운 유권자인 뉴권자, 2000년대 태어나 2016∼2017년 정권교체를 지켜본 Z세대 등 다양한 호칭만큼이나 이들의 표심에도 관심이 높다. 전국적으로 만 18세 유권자는 53만명. 광주·전남에서는 3만7천여명이다.

정치권은 최강의 소비권력, 마케팅 대상으로 떠오른 이들의 표심향배에 관심이다. 준연동형 비례제와 개정된 새 선거법 등에 따라 변수도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단 이념대결과 거대 양당 중심의 정치구도를 거부할 개연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만 18세 유권자들인 고3 수험생들이나 학교 현장에서는 전혀 다른 목소리가 들린다. 고3 수험생, 아니 청소년들을 선거에 참여시키는 방법이나 교육은 고사하고, ’학교의 정치화’에 떨며 ‘하지 말라’는 금지사항만 수두룩해 오히려 무관심을 부채질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것이다. 광주지역 한 고교 교사의 이야기다. “선거와 관련해서는 거의 방치 수준이다. 이런 식의 선거권 부여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다들 알아서 투표만 하라는 것이다. 도대체 왜 선거권을 만 18세로 낮췄는 지 모르겠다….”

서울시교육청이 정당과 후보자를 대상으로 모의투표를 하는 선거교육을 추진하려다 선관위 제동으로 무산된 사례에서 보듯 학교 현장에선 푸념만 가득하다. 교사의 정치기본권 제한부터 시작해 이번 만 18세 선거권 부여도 무슨 의도인 지 선관위의 대책은 ‘하지 말라’는 쪽에 무게가 기운다. 다수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정정당이나 후보자 관련 연설을 할 수 없고, 선거운동 목적으로 모임이나 집회도 열 수 없다. 정당이나 후보자 이름이 걸린 플래카드나 인쇄물을 붙일 수 없으며 학교 동아리 명의로 정당 후보자 지지선언을 하는 것도 선거법 위반이다.

교사들의 경우도 학교 내 또는 수업과정에서 특정정당이나 후보자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발언 등을 해서는 안된다. 결국 교사는 공무원이기 때문에 선거권을 가진 학생들을 대상으로 모의선거 교육을 하면 선거법 위반이란 얘기다. 학생들도 시큰둥이다. “공부하기도 바쁜데, 투표는 무슨…”

그래서 질문이 나온다. “왜 만 18세로 선거권을 낮췄을까?”

2017년 청소년종합실태조사가 나름 의미가 있다. 여성가족부가 청소년 정책을 입안하기 위해 전국 5천86가구의 청소년 7천67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보면 만 13~18세 청소년의 52.8%가 우리사회는 대체로 공정한 사회로 인식한다고 응답했다. 또 우리 사회에 대한 신뢰도는 10점 만점에 평균 5.5점으로, 투표연령의 적정성에서는 ‘적당하거나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92%에 달했다. 한 교육기업의 설문에서도 고3학생들은 총선에 앞서 선거법 교육이 필요하다(89.5%)고 응답했다. 이는 선거운동 방법과 후보자 정보 등을 제공받으면 언제든지 선거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선거 토론교육 토대 마련해야

만 18세 학생 유권자에게 선거권을 주고 ‘알아서 투표하라’고 하면 무책임한 일이 아닌가. 선거법 개정을 주도한 민주당에도 화살이 간다. 준비도 없고 대책도 뒷전이다. 이 또한 독선과 오만함이 부른 섣부른 정책이 아닌 지 의심스럽다.

필자가 2012년 3월, 광주 혁신학교 교사 26명과 함께 핀란드와 스웨덴 학교현장을 방문한 일이 있었다. 남녀공학으로 운영되는 핀란드 한 고교에서는 학생들이 6∼7명에 달하는 대선 후보들을 직접 학교로 초청해 토론과 강연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물론 무학년제와 교과교실제 등 교육체계가 서로 다르지만,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 정부 여당은 물론 선관위, 교육계에서 머리를 맞대야 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치 선거와 관련한 학생들의 토론과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 그래야 ‘뉴DJ발굴’처럼 미래 대한민국을 이끌 정치 지도자가 많이 나올 것이다. 학생 유권자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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