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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태의 시정만담] 코로나19 환란, 미네르바의 부엉이

@김영태 입력 2020.04.15. 22:10 수정 2020.04.15. 22:38

코로나19 환란은 우리의 많은 것을 바꿔 놓고 있다. 흔히 각 분야의 변화를 언급할 때 비교적 세부적인 예로 드는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등의 경우에서 따져보면 눈에 띄게 달라진 양태를 어렵지 않게 살펴볼 만 하다.

우선 정치분야. 말도 많고 탈도 많으면서 효용가치가 뚝 떨어지는 정치는 그 앞에 바짝 엎드려 숨을 죽였다. 제21대 국회의원을 뽑는 4·15 총선과 관련한 '정치의 계절'은 별다른 감흥을 불러 일으키지 못했다. 수준 미달의 정치꾼들에 의한 신통찮은 정치력에 대한 실망감이 커져 오던 터에 코로나19가 사람들의 정치적 판단을 더욱 외면하게 만들어 버렸다.

현 정부 지지하지만 정치혐오는 커

오늘 제21대 국회의원 당선증을 받을 이들이 정녕 정치꾼이 아니라면 팍팍한 일상에 지친 시민들의 응축된 불만과 그로 인한 외면을 엄중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마땅하다. 경이적인 것은 코로나 환란에도 이번 총선의 사전 투표율과 본투표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그만큼 보다 더 나은 삶의 변화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희망이 강했기 때문이리라.

이에따른 유권자들의 투표 심리는 '그 나물에 그 밥'이라 할 후보를 찍으러 갔다기보다는 코로나 환란과 관련해 정부가 보여준 그간의 대처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이를 끝내 극복할 수 있게 힘을 실어주는 한편, 망가진 경제를 되살리게 해야 한다는 생각들이 지배적이었을거다.

정치가 '그들만의 놀음'에 빠져 있는 동안 소규모 식당, 점포 등을 운영하는 영세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중소제조업종 등 밑바닥 경제 시스템이 무너져 버렸다. 서민들의 삶도 그러한 운명에서 예외일 수 없었다.

정부와 지자체가 앞 다퉈 대대적인 경제안정화 대책에 나섰다. 정부는 1차 추경 편성 및 집행에 이어 2차 추경을 적극 검토하는 등 1,2차 비상경제 회의를 갖고 사상 유례없는 비상한 경제 상황을 극복할 대응책을 내놓았다. 광주시와 전남도 등 지자체들도 마찬가지다. 서민들을 위한 긴급 생계비 지원을 비롯해 소상공인 긴급안정자금, 기업구호 긴급자금 등등. '긴급'이라는 머릿말을 붙인 각종 정책 자금들을 편성해 쏟아붇겠다고 밝혔다. 경제시스템이 급격한 충격에 빠져들면서 영세자영업자, 소상공인, 중소기업은 물론 건실한 기업들 마저 무너질 위기에 처하면서다.

사회적 분위기나 여건 또한 별로 다르지 않았다. 굳이 정부와 지자체의 강제가 아니더라도 스스로 외출을 자제해 집단이 모이는 걸 꺼리고 사람간 거리두기는 일상화된 지 오래다. 쓰지않으면 이상한 사람이 되어 버리는 마스크를 구하려는 이들이 아우성대자 '공동배급제'까지 실시하기에 이르렀다. 한산해진 거리와 나들이를 갈만한 공원, 명소들에서의 북적거림도 옛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수많은 예술, 공연 행사가 취소되거나 연기되면서 예술적 취향을 높이고 정서를 순화할 기회 또한 그렇게 우리 곁에서 멀어져 갔다.

위기 상황이 닥치면서 오히려 선한 시민들의 공동체 정신이 살아났다. 코로나 감염을 막기 위해 분투하는 의료, 간호진, 공직자들에게 격려와 성원을 보내고 자신 보다 더 급한 이들에게 마스크 구입을 양보하는 미덕들이 나타났다. 극한 처방인 도시 봉쇄령이나 외출 금지령을 내린 몇몇 국가의 국민들과 달리 우리에게는 생필품을 사재기한다는 그 어떤 보도도 들리지 않았다.

황혼녘 부엉이의 지혜가 판단할 것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흔히 가치 중립을 이야기할 때 쓰이는 오래된 인용이다. 고대 로마의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가 황혼녘 산책을 즐길 때 데리고 다녔다는 부엉이는 낮 동안 잠을 자다 황혼녘에 깨어나 날아 오른다. 그리고 밤이 깊어 어둠이 짙어지면 지혜의 눈을 뜨고 사물을 밝힌다.

"아침부터 낮까지 부산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그 즉시 관찰'해선 모든걸 제대로 알기 어렵다. 프리드리히 헤겔은 그의 대표적 저서인 『법철학』에서 미네르바의 부엉이를 원용했다. 사람의 행동이나, 사물의 실체, 어떤 사건의 발생 및 흐름에 대한 판단에 '(시간적)거리 두기'를 강조하면서다.

헤겔의 비유처럼 환란 초기부터 지금까지 쉴 틈없이 움직이는 사람들을 '지금 당장 관찰'해선 모든걸 제대로 알기 어렵다. 그들이 일을 마치고 한참 뒤에야 평가가 가능해진다. 이 가혹한 코로나 환란이 언젠간 진정되고 치료제인 백신도 개발될 것이다. 그 때쯤 코로나가 우리의 생활 전반에 걸쳐 끼친 영향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질 테다. 누가, 어떤 집단이,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등의 공과를 따져볼 날. 그 때가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지혜를 발휘하는 때일 것이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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