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09(일)
현재기온 27.1°c대기 좋음풍속 2.2m/s습도 86%

[무등칼럼] 코로나19 팬데믹이 소환한 광주, 공동체

@조덕진 입력 2020.04.29. 17:44 수정 2020.04.29. 20:02

아찔한 순간들이었다.

코로나19가 진정돼가는 양상에 안도해도 되나싶던 지난 2월, 날벼락이 떨어졌다. 신천지 발 집단 감염. 국민들은 충격에 휩싸였고 대구는 혼란에 빠졌다. 마스크 대란이 일고 폭증하는 환자로 대구는 단 며칠 사이 병상이 부족할 지경에 이르렀다. 중국 국경을 닫아 걸자던 극단주의자들이 대구 봉쇄를 주장하지 않은 것만도 천만다행한 일이었다.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공포의 장막을 내달리던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세월호·대구, 힘든이들 곁에서

광주 시민·사회단체, 행정기관이 대구시민들에게 병상연대를 제안하고 나섰다. 뭉클함에 가슴이 먹먹해왔다. 대구를 향한 국민적 나눔과 연대의 도도한 물결에 깊은 울림을 더했다. 국가라는 공동체의 위기 국면마다 희생을 마다않고 적극적 참여와 연대로 응했던 그들의 발걸음이다. 그곳 시민들의 지난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오버랩된다. 속수무책으로 아이들을 떠나 보내고 피울움 삼키는 세월호 엄마들에게 가장 먼저 달려가 위로를 전하던 오월 어머니들, 어린 생명의 상주를 자처하고 시민상주단을 수년을 이끌어온 모습들이다.

그곳 시민들의 각별함이 코로나19 정국에 인류사회에 소환되고 있다. 누군가의 감염이 직접적 위협이 되는 코로나 19 정국은 '이웃의 안녕이 너의 안녕'이라는 새로운 가르침을 강제한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내'가 위험해진다. 그 각별함은 특별함이 아니라 인류 보편, 새로운 일상, 표준(뉴노멀)이 되고 있음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불평등 연구의 석학으로 꼽히는 로버트 라이시 미국 캘리포니아대(버클리)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코로나 19 사태에 계급간 불평등 완화 노력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금까지 사회적 불평등은 약자들만의 고통으로 끝났으나 코로나 정국에서 이 불평등이 모두에게 위험이 될 수 있다는 경고에 다름 아니다.

라이시 교수는 '코로나 19가 양산하는 새로운 계급분화가 우리 모두를 위험에 빠트린다'는 뉴스위크 기고문에서 코로나 19로 분화하는 노동자 계급을 4층위로 분석했다.

전문직 등 코로나 이전과 동일 임금을 받는 '원격 근무 노동자'(The Remotes), 경찰관 등 일자리를 잃지 않지만 감염 위험이 있는 '필수직 노동자'(The Essentials), 무급휴직이나 직장을 잃어 '임금을 못받는 노동자'(The Unpaid), (아무도 신경쓰지않는) '잊혀진 노동자'(The Forgotten) 등이다. 이 중 네 번째 그룹은 감옥, 이주민 농장 노동자 캠프, 노숙인 시설 등에 있는 이들로 물리적 거리 두기가 불가능해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가장 높다. 그는 아래 세 그룹은 정부나 정치권에 압력을 행사할 로비스트 등이 없어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얻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이어 계급 불평등에 관심을 가져야하고, 이들 세 그룹을 관리하지 못하면 '어느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코로나가 발병하자 중국에 문을 닫아 걸었던 미국이 전세계 최다 확진국가가 됐고, 얍삽하게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에까지 빗장 걸어 닫은 일본이 코로나 패닉에 가까운 지경을 보면 그의 경고는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거창하게 인류나 타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저마다'를 위해, '함께'가 시대적 요구가 된 시절에 지난 시간 광주가 기꺼이 자처한 가시밭길과 그 속에서 피워올린 공동체 아름다움이 절절해지는 시간이다. 분단 등 한반도 온갖 모순의 폐해를 온몸으로 맞서며 21세기 미래로 떠오른 광주는 한국 근현대사의 '등신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근현대사 등신불이 되어

"이번 코로나 사태를 즈음해 광주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습니다. 신천지교인들의 코로나 확산으로 대구가 위험에 빠졌을 때 광주시민들이 가장 먼저 손을 내밀고 대구시민들 치료에 나서는 모습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광주에서 근무하는 대구출신 한 공직자의 소회다. 그는 이어 대학생 시절 광주 여행 때 학생 수만큼 김치를 싸주시던 식당 아주머니 일화까지 떠올리며 광주의 한없는 정과 사랑에 감탄을 더했다.

조덕진 문화체육부국장 겸 아트플러스 편집장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srb.co.kr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