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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칼럼] 5·18 40주년과 그 불편한 진실들

@강동준 입력 2020.05.06. 10:23 수정 2020.05.07. 10:39


"당신의 노래방 18번은?", "당신의 인생 앵콜곡은?"

노래에도 부르는 사람마다 저마다의 사연이 있기 마련이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 아니면 가장 기쁜 노래, 희노애락 인생의 우여곡절이 묻어나는 노래…. 그렇다면 당신의 18번은?.

노래는 부르는 사람에 따라 그 가치를 달리한다. 그래서 장소와 분위기에 맞게 불러야 한다. 보수를 표방하는 자유연대 등 시민단체가 5·18 기념식이 엄수되던 시기에, 그것도 총칼에 짓밟혀 스러져간 민주 영령이 잠든 광주 금남로에서 집회를 강행하며 '부산 갈매기'를 불렀다.

'부산 갈매기'가 왜 광주에

지난해 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날이었다. 피로 물든 민주의 성지, 금남로에서 현행법상 불가능한 '5·18 유공자 공개하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시민들이 무대응으로 일관하자 '부산 갈매기'를 부르며 광주를 조롱했다. 그 노래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기념일에 추모가 한창인 광주를 굳이 찾아 대중가요를 열창하고 오월 광주를 모욕한 이유는 뭘까.

그 단체들이 올해 40주년에도 광주에 집회 신고를 했다. 광주시는 곧바로 집회금지 행정명령을 발동했지만, 6일 광주 도심 곳곳을 찾아 또 다시 막말을 이어갔다. 구호나 행동이 똑같다. 이들은 16일과 17일에도 집회를 준비중이다. 항쟁 40돌을 맞아 코로나19 여파로 전야제 행사까지 취소하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기로 했는데, 또 다시 5·18를 정쟁의 도구로 삼으려는 일부 세력들의 의도에 치가 떨린다.

올해 40주년도 그 불편한 진실들 때문에 괴로워진다. 먼저 전두환씨다. 그는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한 고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를 가장한 사탄'이라고 비난했다.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진행된 최근 재판에서 그는 "당시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무모한 짓을 헬기사격수가…."라고 했다. 총칼에 쓰러진 시민들은 있는데 정작 학살의 책임자는 딴 이야기다. 아니면, 혹시라도 했다면 사격수의 짓이라는 변명으로 들린다.

여기에 불편한 진실의 꼬리표 하나. 전두환 재판을 이끌다 돌연 사직했던 장동혁 부장판사. 그는 법복을 벗고 미래통합당 옷을 입고 21대 총선에서 대전 유성갑에 출마해 '정치판사'란 논란이 일었다. 그도 그럴것이 2018년 5월 기소 후 피고인인 전씨의 재판 불출석을 대부분 허가해 거센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선거과정에서 "5·18에 대해 갖은 막말과 망언을 쏟아낸 집단의 품에 안겼다"는 상대후보의 비판을 받았으며 결국 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했다.

왜 통합당이었을까. 그러고 보면 박정희 정권의 민주공화당, 전두환 신군부의 민주정의당, 노태우 정권의 민주자유당, 한나라당(이명박 정권), 새누리당(박근혜 정권)을 거쳐 자유한국당, 현재의 미래통합당까지…. 당명이 민주정의, 민주자유는 그럴듯하지만, 정권을 따라 그 당을 채워온 사람들의 면면과 내면에 흐르는 보수 색깔과 속내는 하나같이 불편한 진실들이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총칼로 시민들을 억압하고, 5·18 진상조사위 구성을 방해하거나 역사를 부정하고, 수시로 막말을 쏟아내고 사과는커녕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고….

지난 2000년 5·18 20주년 기념식에 현직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한 김대중 전 대통령, 2003년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기념사를 시작으로 임기 5년동안 줄곧 기념식에 참석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 임기 마지막해인 2007년엔 기념식 다음날 시민들과 무등산에 오르기도 했다. 이어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던 2017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정부는 5·18 연장선에 있다"며 87년 6월항쟁,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맥을 잇고 5·18과 촛불혁명 정신을 받들어 이 땅의 민주주의를 온전히 복원하겠다고 다짐한 문재인 대통령.

지역주의 망령, 시대정신으로 해결

"5·18의 진실은 보수·진보로 나뉠 수 없다…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

신군부의 총칼에 맞서 죽음으로 항거한 5·18은 이승만 독재를 무너뜨린 4·19혁명이나 1960년 대구 2·28과 마산 3·15의거, 79년 유신 독재의 막을 내린 부마항쟁 등과 정신적 궤를 함께하며 정의로운 역사의 도도한 흐름 속에 있다고 본다. 반독재 투쟁의 역사이며 수많은 목숨을 바친 민주화의 열기이며 인권과 평화에 대한 열망이다. 그래서 광주가, 대구가, 부산이 따로 있을 수 없는 이유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등 시대정신 속에 지역주의 망령이 들어올 틈이 없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불편한 진실 하나 추가. 해마다 오는 5월은 '계절의 여왕'답게 눈부시게 찬란하다. 그래서 광주는 더 서럽고 슬프다.

강동준(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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