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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칼럼] 왕관의 무게를 견뎌라

@구길용 뉴시스 광주전남본부장 입력 2020.06.10. 13:12 수정 2020.06.10. 15:33

구길용 뉴사스 광주전남본부장

'왕이 되려는 자, 그 왕관의 무게를 견뎌라'는 경구만큼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에 요구되는 가치가 있을까. 높아진 격에 맞춰 권한과 책임을 다하라는 얘기인데, 원내 177석의 슈퍼여당에게는 귀담아 들어야 할 중요한 요소다. 누군가는 거대여당이라는 표현 대신 골리앗여당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당초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인위적 합당이 아닌, 단일 정당이 선거를 통해 확보한 의석으로는 가장 많다. 안정적 다수, 절대적 의석을 차지한 셈이니 개헌을 빼고는 못할 게 없다는 표현도 무리는 아니다. 그 권한에 비례해서 책임과 의무가 뒤따라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20대 국회 때는 여당이 적당히 잘못하더라도 피해갈 여지가 있었다. 민주당이 다수당이긴 했지만 야당과 의석수에 별반 차이가 없어 책임을 나눠질 수 있는 정치구도였다. 미래통합당의 발목잡기식 의사진행으로 오히려 야당책임론에 방점이 찍히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문재인 대통령의 복(福) 중에 가장 큰 복이 야당복'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로, 야당의 헛발질은 컸고 여당의 책임은 상대적으로 가벼웠다.

하지만 지금의 국회 상황은 달라졌다. 국정운영에 대한 모든 책임이 177석 거대여당에게 오롯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조금만 엇나가도 거대여당의 독주이고, 오만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돼 있다. 총선 직후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180석(비례대표 3명 제명 전) 민주당이 적절한가'라는 질문이 있었는데 절반 이상이 너무 과하다고 응답했다. 총선의 민심이 177석 거대여당을 만들어줬지만 그 결과에 대해선 과반수 이상이 고개를 갸우뚱한 셈이다. 국민들의 여론이 언제든지 거대여당에게 비판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민주당이 져야할 짐의 무게가 그만큼 커졌다.

첫 번째 실험대는 21대 국회 원구성 협상이다. 그렇지만 영 신통치 않다. 민주당은 총선민심과 다수결의 원칙을 들어 쟁점이 되고 있는 법제사법위원장 직을 밀어붙이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그동안의 관행과 견제균형 논리로 맞서고 있다. 같은 관행인데, 한쪽에서는 '오랜 관행'이라 하고 다른 쪽에서는 '낡은 관행'이라고 한다. 지난 5일 국회 개원까지는 어찌됐든 법적시한을 맞췄지만 원구성은 여지없이 시한을 넘겼다. 13대 국회 이후 원구성까지 평균 소요기일이 41.4일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아직은 여유롭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일하는 국회'를 표방하고 있는 21대 국회 상황으로는 그리 녹록지 않다.

민주당은 이른바 상원(上院)으로 불리는 법사위의 위원장 자리를 반드시 가져와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 20대 국회 내내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 권한이 작동해 번번이 야당에 '발목잡기'를 당했다는 인식이 강하다. 입법권 측면에서 문재인 정부 후반기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뒷받침해야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국회법과 다수결의 원칙상 177석 정당이면 18개 상임위원장 모두 가능하고 그것이 곧 총선민심에 대한 책임정치라고 주장한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여당의 입법 권력 남용을 막기 위해선 법사위원장을 야당 몫으로 배분해야 균형추를 맞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밀어붙이는 민주당에 대해선 '입법독재', '협상이 아닌 협박'이라고 반발한다. 상임위 배정에서 철저히 배제된 소수정당들도 모두 볼멘소리들이다. 이처럼 꽉 막힌 원구성 협상 테이블의 숨통을 트는 것도, 협상 결렬에 따른 파국에 대해서도 모두 민주당의 책임이 우선한다. 첫 단추를 어떻게 꿸지 주목된다.

논의를 지역으로 좁혀보더라도 마찬가지다. 광주·전남 지역정가에서는 민주당 일당독점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단체장과 지방의회에 이어 국회 의석까지 독차지하면서 견제와 균형이 없는 독주, 독선을 경계하고 있다. 광주·전남에서 18석 모두를 석권한 것은 지난 15대 총선 이후 24년 만이다. 과거로의 회귀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이 독점하고 있는 지방의회에서는 그런 징후들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후반기 의장선거와 관련해 소수정당을 무시한 다수당의 횡포가 어김없이 재현되고 있다. 야당 국회의원들이 단 한 명도 없는 지역정가 또한 어디로 갈지 장담할 수 없다.

독주나 독선은 반드시 독이 돼서 돌아오는 법이다. 177석의 민주당,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 아니 대한민국 정치의 품격을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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