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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칼럼]광주-전남 행정통합 공론화 필요하다

@김종석 상무이사 겸 마케팅 사업본부장 입력 2020.09.22. 17:36 수정 2020.10.04. 16:10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란이 지역사회의 메가톤급 이슈로 등장했다. 코로나19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하며 '공론의 장'에 올려 진 것. 코로나19는 전국적이며 한시적으로 극복될 사안이다. 하지만 광주·전남 통합은 지역의 천년 미래를 리셋 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차대하다. 먼저 불을 지핀 쪽은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다. 이 시장은 지난 10일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 토론회 축사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며 통합론을 제기했다. 이어 15일 열린 광주시 확대간부회의에서 "(행정통합 제안)은 즉흥적인 것도 아니고 어떤 정치적 계산도 없다. 광주·전남의 상생과 동반성장을 통해 다음 세대에 풍요로운 미래를 물려주기 위해 더 늦기 전에 시작돼야 한다는 평소의 소신이다"며 통합 추진 의사를 명확히 했다. 이 시장 입장에서는 광주 민간공항 무안 이전 약속 등 현안사업에 대한 양보에도 군 공항 이전의 답보, 전남도의 공공기관 2차유치 단독 발표 등 광주와 전남의 상생 협력이 사사건건 마찰을 빚으면서 진척이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듯하다.

'허·송 세월'로 끝난 시·도 통합

이 시장의 행정통합 제안에 대해 전남도는 일단 원론적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김영록 전남도지사의 구체적인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다. 지역 정치권도 통합 총론에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무등일보가 지난 주말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8명을 대상으로 통합에 대해 의견을 물었더니, 찬성 8, 유보 9, 반대 1명 등의 결과가 나왔다. 지역 27개 시·군·구 자치단체장들 또한 찬성 17, 반대 4, 유보 6명으로 행정통합 찬성 쪽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주 "광역시·도 통합은 역내 균형발전, 공무원 수 축소 등 행정비용 절감, 경쟁력 강화 등의 장점이 많다"며 이 시장의 손을 들어줬다.

사실 광주·전남 통합 논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전남도청 이전사업 기본계획이 남악 신도심으로 확정된 1999년 7월 18일 이전까지 지역의 최대 이슈였다. 1995년부터 4년여 동안 시·도 통합 추진위원회가 구성돼 활동하는 등 통합을 바라는 시도민의 열기가 뜨거웠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도청이전 이후 광주도심 공동화, 전남의 인구 감소로 인한 낙후 등을 우려하며 도청이전 반대와 시·도 통합을 요구했다. 당시 허경만 전남도지사와 송언종 광주광역시장은 통합에는 원론적 찬성 입장을 보였으나 구체적인 성과 없이 시간만 허비했다. 이 때문에 당시 두 사람은 지역발전의 기회를 '허송세월'로 보냈다는 비아냥거림을 받았다.

이 시장이 지역사회 공론의 장에 제기한 시·도 통합은 그때와는 약간 다른 모양새다. 첫째, 그의 말 속에는 각종 현안 사업의 따로따로 정책추진으로는 지역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배어있다. 둘로 쪼개진 열악한 광역단위 행정으로는 수도권 집중화와 지역균형 발전에 대응할 수 없다는 논리가 담겨있다. 둘째, 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소멸에 대한 심각성이다. 자족이 가능한 인구 400∼500만 정도의 '메가시티'만이 지역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타 시·도의 광역단위 통합 급물살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대구·경북은 2027년 자치도 출범을 목표로 통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부산과 울산 경남 또한 '부·울·경 메가시티 공동연구 1차 보고회'가 예비돼 있다. 세종시와 대전시도 광역 통합 행정체제를 논의하고 있다.

이 시장 제안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낭패(狼狽)'라는 말이 있다. 중국 후한서(後漢書) 이고전(李固傳)에 나온다. 뒷다리가 짧은 이리 '낭'은 성질이 흉포하지만 지모(智謀)가 부족하고, 앞다리가 짧은 이리 '패'는 순한 듯싶은데도 지모가 뛰어났다. 함께 먹이를 찾으러 나갈 때엔 패의 지시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서로 '고집'을 피우면 잘 굴러가지 못하고 꼼짝없이 둘 다 굶어 죽는다.

이용섭 시장의 광주·전남 행정통합 제안이 낭패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고집'이 많다. 첫째, 정치인과 공무원은 자리가 없어지는 통합에 부정적이다. 반면 이들은 자리가 많아지는 분할을 선호 한다. 둘째, 통합의 논거를 제시해야 할 지역의 학계 또한 뒷짐을 지고 있다. 인구감소로 가장 먼저 피해를 보게 되는 곳이 지방대학인데도 말이다. 셋째, 지역 언론 또한 미래를 위한 입체적인 기획 취재보다 '정치적 노림수', '생뚱맞다' 등 즉흥적인 면만을 보려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설득과 지역사회 구성원의 합의 도출 없이는 광주·전남 통합 제안은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 광주시가 행정부시장을 단장으로 행정통합추진단을 구성하고 추석 후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니 기대된다. 지역사회 각 분야의 구성원들은 '고집'을 버리고 어떻게 '풍요로운 미래를 후세에 물려줄 것인가'라는 원칙에 입각해 공론화를 시작했으면 한다. 이 시장 또한 정치적 이해득실이 아닌 진정성을 보여주면서 통합을 추진했으면 한다. 행정통합의 길은 멀고도 험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치열한 논의를 시작하면 늦지 않다. 김종석 상무 겸 마케팅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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