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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8년 프랑스 대통령이 고종에 보낸 도자, 132년만에 첫 공개

입력 2020.07.29. 10:32 수정 2020.07.29. 10:41
신왕실도자전

1888년 조선 왕실에 프랑스에서 금빛색의 프랑스 도자 한 병이 전달된다. 그 주인공은 프랑스 국립세브르도자제작소에서 제작한 대형 장식용 병인 '백자 채색 살라미나(Salamis) 병'이다. 이 도자는 1888년 당시 프랑스의 마리 프랑수아 사디 카르노 대통령이 1886년 조불수호통상조약을 기념해 고종에게 보낸 수교예물이다.

당시 프랑스 루불화 가격을 한국의 원화로 단순 변환한 이 병의 가격은 1600만원으로 추정된다. 전시를 기획한 곽희원 연구사는 이 병의 현재 가치는 환산이 불가능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백자 채색 살라미나(Salamis) 병'이 사상 처음 공개됐다.

28일 오전 10시 국립고궁박물관은 '新(신)신왕실도자, 조선왕실에서 사용한 서양식 도자기' 전을 언론에 미리 선보였다.

이날 전시 설명회에 참석한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조선 말, 대한제국 당시 왕실은 보수적인 나라에서 근대국가로 변하려 큰 노력을 했다. 그 일환으로 외국 도자기를 많이 수입했는데 도자기를 통해 이러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도자기는 사용하는 시대와 사람에 따라 기능과 형식이 크게 달라지는 실용적인 물건이다. 이 때문에 당대 사회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오는 29일부터 일반에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개항 이후 근대국가로 나아가고자 노력했던 조선의 생생한 이야기를 '왕실에서 사용한 서양식 도자기'를 통해 5부의 전시로 조명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살라미나 병을 비롯해 필리뷔트 양식기 한 벌, 백자 색회 고사인물무늬 화병 등 그동안 한번도 공개된 적 없는 근대 서양식 도자기 40여 점이 처음으로 전시된다.

총 400점의 소장 유물을 선보이는데, 프랑스·영국·독일·일본·중국에서 만들어진 서양식 도자기 등 약 310점을 소개한다.

임경희 학예연구관은 "일반 대중에게는 조선 왕실에 근대기 서양의 문물이 유입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어느나라에서 어떤 유형의 유물이 유입됐는지, 어떤 방식으로 왕실에서 사용됐는지를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근대기 조선의 정치적 양상도 엿볼 수 있다. 3년 여에 걸친 치밀한 연구를 기반으로 전시가 준비됐다"고 말했다.

1부 '조선후기 왕실의 도자 소비'에서는 용준(용무늬가 그려져 있는 큰 백자 항아리)과 모란무늬 청화백자, 정조초장지, 화협옹주묘 출토 명기 등 조선왕실 청화백자를 한 곳에 모아 전시한다. 서양식 도자기를 본격적으로 감상하기에 앞서 500년간 이어진 왕실의 전통 도자기를 우선 감상하는 공간을 마련해 왕실 도자기의 소비 변화를 알아볼 수 있게 하는 취지다.

2부 '新신왕실도자 수용 배경'에서는 개항 이후 서양식 도자기가 왕실에 유입됐던 배경을 조선의 대내외적 변화로 살펴본다. 조선은 1876년 강화도 조약 체결 이후 근대국가로 거듭나기 위해 서양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오얏꽃무늬 유리 전등갓' 등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150여 점의 유리 등갓은 1887년 전기 도입 후 궁중 실내외에 설치된 것이다.

관람객들은 근대기 '빛의 시대'로 진입했음을 암시하는 연출공간에서 가지각색의 유리 전등갓을 비교해 보고 유리 등갓으로 만든 문을 통과해 본격적으로 서양식 도자기를 감상할 수 있다.

백자 채색 살라미나는 3부 '조선과 프랑스의 도자기 예물'에서 공개된다. 개항 이후 조선은 수교를 맺은 서양 국가로부터 기념 선물을 받은 전례가 없었다. 예술적 자부심이 높은 프랑스는 자국을 대표하는 명품으로 세브르산 도자기인 살라미나를 선택해서 보냈다. 고종은 답례로 12~13세기 고려청자 두 점과 '반화(盤花)' 한 쌍을 선물하였다. 반화는 금속제 화분에 금칠한 나무를 세우고, 각종 보석으로 만든 꽃과 잎을 달아놓은 장식품이다.

4부 '서양식 연회와 양식기'에서는 조선왕실의 서양식 연회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개항 이후 조선은 서양식 연회를 개최해 각국 외교관들과 교류하고 국제정보를 입수하고자 했다.

창덕궁 대조전 권역에 남아 있는 서양식 주방을 그대로 옮긴 구조에 '철제 제과틀', '사모바르(러시아식 주전자)' 등 각종 조리용 유물을 전시해 당대의 창덕궁 주방 속으로 관람객을 안내하는 공간이다. 이화문(자두꽃 무늬)이 찍혀있는 프랑스 회사 필리뷔트 양식기는 조선에서 주문 제작한 도자기다.

푸아그라 파테, 안심 송로버섯구이, 꿩가슴살 포도 요리 등 정통 프랑스식으로 이루어진 12가지의 서양식 정찬이 필리뷔트 양식기에 담기는 영상도 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서양식 도자기가 왕실에서 어떻게 쓰였는지를 TV프로그램 '서프라이즈'의 배우들이 직접 재현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5부 '궁중을 장식한 수입 화병'에서는 만국박람회를 통해 세계 자기 문화의 주류로 떠오른 자포니즘(19세기 중반 이후 서양에서 나타난 일본 문화 선호 현상) 화병과 중국 페라나칸(19세기 후반부터 말레이 반도, 싱가포르 등지에 사는 중국 무역상의 후손) 법랑 화병을 전시한다.

조선이 서양식 건축을 짓고 세계적으로 유행한 대형 화병을 장식한 것은 근대적 취향과 문물을 받아들이려는 노력의 하나였다. 이를 통해 일본 아리타·교토·나고야 지역에서 제작해 세계적으로 유행한 서양 수출용 화병들이 국내에 이처럼 다량 현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전시장을 직접 찾지 못하는 관람객을 위한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도 제공할 예정이다. 29일부터 다음 갤러리(https://gallery.v.daum.net)에서 주요 전시 내용과 유물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담은 온라인 전시를 제공한다.

오는 9월 일부터는 박물관에 직접 방문하지 않더라도 온라인을 통해 전시를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실의 가상현실(VR) 콘텐츠를 제작해 국립고궁박물관 누리집(www.gogung.go.kr)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특히 프랑스·중국·일본산 대형 화병 13점은 3차원 입체(3D)오브젝트 기술을 최초로 적용해 가상현실 온라인 전시관에서 360도로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10월4일까지.

8월13일부터는 매주 목요일에 유물에 대한 상세정보와 설명, 전시 뒷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국립고궁박물관 누리집과 국립고궁박물관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제공한다. 또 백자 채색 살라미나 병을 그대로 살린 문화상품을 제작해 관심 있는 대중 누구나 기념품으로 전시의 여운을 간직할 수 있도록 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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