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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살아오르는 5·18 공연 리뷰] '나는 광주에 없었다'

입력 2020.05.13. 18:39 수정 2020.05.18. 15:03
“우리가 사랑했던 것, 헛됨은 없어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40주년 헌정작
40년만에 소환된 1980년 현장
관객과 만들어가는 새로운 ‘꿈’
세대·지역 넘어 '함께'로의 비상
5·18 기억저장소, 전승의 무대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5·18 40주년 기념작으로 '나는 광주에 없었다'를 선보인다. 완전한 고립 속에서 민주화를 위해 싸운 80년 광주의 열흘을 그대로 재현했다. 지난 12일 프레스 오픈 공연 모습. 임정옥기자 joi5605@srb.co.kr

"우리가 사랑했던 것, 헛됨은 없어라"

(1980년 5월27일 도청에서 산화한 이정현 열사의 일기 중)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헌정작을 내놨다.

'나는 광주에 없었다'.

이 작품은 자칫 수많은 문화 공간 중 하나에 머무를 뻔한 문화전당에 비로소 이름을 부여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국립아시아문화전당)가 40년 만에 희생자들을 위무(慰撫)하는 헌정작을 내놨다는 점에서다. 또 이 헌정작이 가해의 현장, 저항의 심장부, 옛 전남도청(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선보인다는 점에서 각별하다.

이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5·18 기억 저장소, 기억투쟁의 상징에서 광대한 전승의 무대로 승화하는 것이다. 1980년 '민주대성회'와 '시민궐기대회'라는 광장민주주의를 선보였던 성스러운 공간이 문화예술을 통해 새로운 민주주의를 꿈꾸는 발원지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나는 광주에 없었다'는 1980년 5월, 광주의 '열흘', '10일간의 공동체'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아낸다.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앞둔 12일 광주광역시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에서 ‘나는 광주에 없었다’ 프레스 오픈공연이 열리고 있다. 이번 공연 ‘나는 광주에 없었다’는 완전한 고립 속에서 민주화를 위해 싸운 80년 광주의 열흘을 그대로 재현했다.  임정옥기자 joi5605@srb.co.kr

다소 부담스럽지 않을까, 선입견이 작동할 수도 있다. 광주시민들에게는 잘알고 있다는 착시에서, 알고 싶지만 너무 고통스러운 사실이어서 자칫 진부해 보일 위험에 처하기도한다. 혁명의 수레바퀴에 깔린 소시민의 일생을 추적해 일상과 역사의 넘나듦, 한 개인과 역사, 혁명의 이야기를 전하는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이나 5·18을 유머와 위트 진중함을 연결해 대중성에 성공한 '택시' 등을 만나온 국민들에게 역설적으로 낯설게 다가올 수 있다. '사는 것도 힘든데 공연까지 그런 머리 아픈걸 봐야하냐'는 불편함의 소리가 들릴 법도 하다.

기우는 정면으로 반박된다.

"마음이 너무 아파요. 사실 5·18은 티비나 신문으로만 보고 몰랐는데 이번 연극을 보니 너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연극 소식을 듣고 5·18도 되고 해서 팔순 어머니랑 모시고 국립묘지랑 들러서 왔는데 묘를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당시에 얼마나 저기했을까."

강은자(57·경기 의정부)씨는 "저희 어머니 같으신 경우는 연세가 있으셔 그렇지만 젊은애들은 훨씬 더 잘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에서 나고 자랐지만 5·18이 어렵고 막연했었다는 30대 초반의 주부 김모씨는 "5·18에 대해서는 '아 그런 일이 있었구나'정도였는데 현장도 아닌 연극으로 간접 체험하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떨려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생생하게 다가왔다"며 "그래도 우리 세대가 공감할 수 있게 만들어진 것 같아 5·18을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연출의도와도 맞아 떨어진다.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앞둔 12일 광주광역시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에서 ‘나는 광주에 없었다’ 프레스 오픈공연이 열리고 있다. 이번 공연 ‘나는 광주에 없었다’는 완전한 고립 속에서 민주화를 위해 싸운 80년 광주의 열흘을 그대로 재현했다. 임정옥기자 joi5605@srb.co.kr

"40주년이 되는 광주민주화운동은 이 시대 20∼30대에게는 먼 이야기로 느껴질 것이다. 지금 사회와 너무 다르기 때문에 그 실재 그 상황이 어땠는지 짐작하기 어렵다. 최근까지도 5·18이 왜곡되고 거짓 정보들이 넘쳐난다. 제대로 알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

배우들은 대부분 1980년 이후 태어난, 5·18을 책이나 신문 등 매스미디어로 배우고 들었던 세대들이다. '도대체 그곳에서 왜,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가 궁금한, '광주에 없었던' 이들이다. 1980년 현장의 소환이 요구되는 이유다.

공연은 1980년 5월 18일 전남대 정문에서 벌어진 계엄군의 진압부터 27일 계엄군의 전남도청 진압까지 10일 동안 광주시민들이 보여준 민주주의와 인간존엄을 향한 갈구와 분노, 뜨거운 인간애, 10일간의 공동체를 보여준다. 교통과 통신, 언론이 모두 차단된 외로운 '섬' 광주에서 그들은 어떻게 서로를 지키고 인류애를 지펴갔는지를 당시 광주현장으로 안내해 추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한다. 이를 위해 관객참여형 연극으로 진행한다. 무대와 객석 구분은 없고 관객은 5·18의 역사 속으로 직접 뛰어들 수 있도록 했다.

전당은 이번 40주년 기념작을 향후 해외무대까지 염두에 두고 장기공연으로 키워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항쟁의 심장부에 둥지를 튼 국립 문화기관에서 항쟁에 관한 작품 하나쯤 만나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작품을 더 발전시켜 광주 안에서는 물론이고 광주 밖, 세계 시민들이 사랑하는 불멸의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일은 이제 전당의 과제로 남은 셈이다.

조덕진기자 mdeung@srb.co.kr·김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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