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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왜곡, 80년대 국보위서 시작"

입력 2020.05.13. 14:15 수정 2020.05.18. 15:03
40년만에 공개된 ‘광주사태 보고서’원본
같은 기관서 나온 서로 다른 내용 담겨
계엄군에 유리하게, 시민들에 불리하게
광주 청문회 앞두고 계엄군 치부 숨긴 듯
“기록 왜곡으로 광주시민 폭도로 조장”
한국언론진흥재단 광주지사가 13일 전일빌딩 245에서 진행한 실무교육에서 진일빌딩 안내자가 헬기 탄흔이 새겨진 10층 기둥을 소개하고 있다.

40년간 근절되지 않은 5·18민주화운동 왜곡의 시작은 1988년 광주청문회를 앞두고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의 보고서가 군 내부 조직에 의해 삭제·조작된 데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언론진흥재단 광주지사는 13일 새로 개관한 '80년 5월의 목격자' 전일빌딩 245에서 언론인을 대상으로 '현장에서 보는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전문연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 강사로 나선 김희송 전남대5·18연구소 연구교수는 '5·18민주화운동, 진실과 왜곡 40년'이라는 발제를 통해 "1980년 6월 국보위가 작성한 광주사태 보고서가 이미 한 차례 광주 시민들을 폭력적으로 기록했는데, 1988년 군 내부 왜곡 조직에 의해 또다시 왜곡되면서 가짜뉴스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김희송 전남대 5·18 연구교수가 국보위 광주사태 보고서를 중심으로 한 군 문서 왜곡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1980년 5월 31일 설치된 초법적인 임시기구 국보위는 정치, 사회, 언론, 노동, 예술, 종교, 교육계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신군부 정권을 보좌하는 역할을 해 왔다.

김 교수는 올해 발간된 '군 기록물 분석을 통한 5·18민주화운동 연구-국보위 광주사태보고서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통해 5·18 40년만에 국보위 광주사태보고서의 원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우선 기무사와 검찰이 보유한 광주사태 보고서 문서 제목이 서로 다르다. 기무사가 보관한 문서 제목은 '광주사태'인 반면 검찰이 보관한 문서는 '광주사태 진상조사 보고'다.

김 교수는 검찰 국보위 문서가 1980년 작성된 원본으로 먼저 작성됐고 이후 기무사 문서가 1988년 내용을 바꿔 생산됐다고 봤다.

기무사가 보관한 문서는 1988년 노태우 정부가 출범을 앞두고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민주화합추진위원회(민화위) 차원에서 실시한 조사 과정에서 확보된 문서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1988년 광주특위를 앞두고 신군부가 은폐를 위해 문서를 조작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1980년 문서가 시위대를 '불순재야세력의 배후 조종', '극렬 무장폭도' 등 직설적으로 표현한 데 반해 1988년 문서는 이 부분을 삭제하고, '극렬무장폭도'를 '무장시위자의 저항'으로 순화했다.

18일 상황에 대해서도 1980년 문서는 유언비어가 유포돼 시민을 자극했다고 기술했으나 1988년 문서는 시위대의 폭력성이 부각됐다.

1980년 문서는 '김대중 세력이 시민을 자극해 방송국 방화로 연결됐다'고 주장하나 1988년 문서에서 이 내용은 사라진다.

김 교수는 "민주화의 진전으로 야당 유력 정치인을 언급하는 것이 정치적 부담으로 보고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집단 발포가 있었던 21일 상황은 역으로 계엄군에 유리하게 바뀐다.

1980년 문서는 '폭도화 단계'라며 집단 발포에 관한 내용 언급 없이 1페이지 분량에 그치는데 반해 1988년 문서는 '무장시위 단계'로 명칭이 바뀌어 시민군이 광주교도소를 5차례 공격했다는 등 허위 사실이 포함돼 6페이지로 늘었다.

2007년 과거사 진상조사위가 보안사의 공작으로 결론내린 광주교도소 습격설도 1980년 문서에는 존재하지 않았으나 1988년 문서에는 중심적으로 기록됐다.

김 교수는 "국보위 광주사태 보고서는 5·18 관련 군 기록물의 관리 실태는 물론 은폐와 왜곡이 어떻게 이뤄져 왔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며 "왜곡을 누가 지시했는지, 현재까지도 그 결과물이 있는지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5·18 역사왜곡은 표현의 자유를 뛰어 넘었다"며 "요즘 젊은 세대들마저도 유튜브상의 근거 없지만 자극적인 영상으로 5·18 왜곡에 물들고 있다. 이 때문에 5·18 역사왜곡처벌법 제정이 힘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충섭기자 zorba85@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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