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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 가난이 부른 잘못된 선택

@윤승한 입력 2020.07.09. 18:35 수정 2020.07.09. 18:39

하루하루가 생계와의 전쟁이었다. 일하고 싶어도 일감이 넉넉지 않았다. 당장 먹고사는 것도 버거운 판에 갚아야 할 빚마저 있었다. 드문드문 들어오는 일감이기에 아프다고 포기할 순 없었다.

지난 7일 광주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60대 남성(광주 118번)이 돌연 잠적해 방역 당국이 발칵 뒤집혔다. 전날 밤 양성 판정을 받자마자 집을 나간 뒤 행방이 묘연해진 것이다. 휴대폰 전원도 꺼진 채였다.

N차 감염에 의한 불특정 다수로의 전파 가능성이 컸다. 자칫 골든 타임을 놓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될 수도 있었다. 긴급히 소재파악에 나선 방역 당국은 7일 아침 영광의 한 공사현장에서 그를 찾아냈다. 이 남성은 곧바로 격리시설로 후송됐고, 긴장감 속에 지켜보던 지역사회는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이 남성은 공사현장을 전전하며 생계를 꾸려가던 홀로 사는 일용직 노동자였다.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야 하지만 코로나19 국내 확산 이후 일감이 줄면서 노는 날이 많았다. 이 남성은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광주 동구에 있는 한 초등학교 시설 개선 공사장에서 일한 이후 3일부터 사흘간 일감이 나오지 않아 외출하지 않았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 남성은 광주 85번 환자의 접촉자로 분류돼 검사를 받는 과정에서부터 감염에 대한 공포보다 생계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관계자들에게 "지난 사흘간 일감이 없었다. 병원에 격리되면 생계가 걱정이다. 나가서 벌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고 한다.

양성 판정을 통보받은 이 남성은 격리 대신 집을 나갔고, 다음날 새벽 확진 사실을 감춘 채 인테리어 시공업자인 지인을 따라 공사현장으로 향했다. 가난이 결국 잘못된 선택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 남성은 방역당국에 의해 고발 조치됐다.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들춰진 우리 사회의 불편한 자화상이다. 생계 위협 앞에 공동체 안전이나 고통분담은 먼나라 얘기일 뿐이었다. 오로지 먹고사는 문제가 그에겐 전부였다. 제2, 제3의 광주 118번 환자가 나올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코로나19가 삶에 허덕이는 빈곤층을 더욱 가혹하게 옥죄고 있다. 안타깝고 답답할 노릇이다. 그들에게 가난은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전염병인지도 모를 일이다.

윤승한논설위원 shyoon@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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