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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피할까 싶었는데···또 논이 물바다가 됐어요"

입력 2020.07.13. 16:33 수정 2020.07.13. 20:43
침수 피해 입은 무안 유교리 농가
15㏊ 면적의 논이 물바다 변해
배수 펌프장 설치 앞두고 피해
광주·전남지역에 호우 특보가 내려진 13일 무안군 삼향읍 마동마을 농경지에 어린모가 물에 잠기는 침수가 발생된 가운데 한 농민이 안타까워 하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srb.co.kr

"매년 홍수가 나서 이 난리를 겪습니다. 물에 떠내려온 쓰레기가 온 논을 뒤덮었습니다. 벼 싹이 물을 먹기라도 하면 올해 벼농사는 포기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틀간 누적 강수량 200㎜에 달하는 비가 내린 전남 곳곳은 수마가 할퀴고 간 흔적이 역력했다. 특히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굵은 장대비가 쏟아진, 전남에서 가장 큰 침수피해(130㏊)를 입은 무안에서는 한 해 농사를 망칠까하는 걱정에 농민들이 망연자실하고 있었다.

13일 오전 무안군 삼향읍 유교리.

500m 반경 15㏊에 달하는 광활한 평지가 모조리 물에 잠겨 있었다. 지대가 높아 무사한 논은 일부에 지나지 않았고 대부분이 물에 잠겨 호수를 방불케 했다. 겨우 머리만 내민 모 이삭을 통해 이곳이 논이었음을 짐작하게 했다.

이틀에 거쳐 내린 폭우로 중등포 저수지가 넘치면서 이곳 논으로 빗물이 콸콸 흘러 들었다. 여기에 국사봉과 대봉산에서 시작된 하천을 통해 빗물이 저지대인 이곳으로 고였다. 1㎞ 인근에 서해안을 인접한 마을은 하천 하류에 해당하는 위치인 탓에 많은 비만 오면 상습적인 물난리를 겪고 있다고 주민들은 호소했다.

농민들은 무릎까지 물이 들어찬 논에 들어가 연신 갈퀴질을 해댔다. 물난리가 나면서 폐 목재와 플라스틱, 지푸라기 등 쓰레기가 논을 뒤덮었기 때문이다. 이대로 두면 물이 빠지더라도 논이 엉망이 되기에 농민들은 바짓가랑이를 걷어올리고 물바다 속에서 필사적으로 허우적댔다.

물에 잠긴 논 15㏊는 유교리 주민 140여 가구의 주요 생계 수단이다. 다행히 아직 벼에 알곡이 맺히지는 않았지만 홍수에 뒤이어 찾아오는 병충해가 농민들의 걱정거리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7일 병충해 예방을 위해 항공방역까지 실시한지 며칠 되지 않아 홍수가 나면서 물거품이 됐다. 벼 싹이 장기간 물에 잠기거나 병충해가 들끓을 경우 쌀 수확량이 최대 절반까지 떨어지기 때문에 주민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농민들은 유교리의 물난리가 수십년째 반복돼 온 고질적인 문제였음에도 당국의 대처가 늦었다고 토로했다. 상습적인 하천 범람에 대처하기 위해 최근 배수 펌프장 설치 및 하천 확장공사가 진행 중이었으나 잇따라 비가 내리면서 완공되지 못했고 결국 올해도 물난리를 겪게 됐다.

70마지기의 논농사를 짓는다는 박모(74·여)씨는 "매년 이렇게 논이 물에 잠겨도 힘없는 농민들은 뭐라고 호소할 데도 없다"며 "올해 농어촌공사에서 예산 140억원을 확보해 배수 펌프장을 설치해 홍수 피해를 줄이겠다고 했는데 공사가 마무리되기 전에 비가 내리면서 결국 올해 농사가 도루묵이 될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마을 한 관계자는 "마을 농민들의 숙원 사업이던 배수 펌프장 공사가 올해 초부터 시작되면서 올해는 물난리를 겪지 않아도 될지 기대가 컸었다"며 "며칠간에 걸친 집중 호우로 수량이 늘어나면서 속수 무책인 상황이 됐다. 조기에 물이 빠지지 않으면 벼들의 생육이 멈출 수 있어 농민들의 우려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고 전했다.

서충섭기자 zorba85@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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