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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진의 어떤 스케치- 재난에 대처하는 자세

@조덕진 입력 2020.02.24. 18:41

‘전염병이 한 도시를 집어 삼킨다. 극도의 혼란 속에 사람들은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어떤 이들은 도시가 극심한 혼란 상황에 내몰려도 ‘자신과는 상관없는’일이라고 방관하거나 ‘확신’한다. 다른 이들은 초월적 존재에 기댄다. 그리고 또 다른 이들은 극단의 상황에 의연히 맞서 싸워나간다.’

코로나 이야기가 아니다. 2차대전 직후인 1947년 약관 서른네살의 소설가 알베르 까뮈가 발표했던 문제적 소설 ‘페스트’이야기다.

코로나가 재난영화와 소설 등을 소환하고 있다. 서점가에서는 전염병이나 바이러스를 다룬 책들이 새삼 상위를 차지하고 관련 영화 다시보기도 진행된다고 한다.

관련 영화 중 ‘감기’가 있다. 전염 차단을 위해 한 도시를 폐쇄하고 도시 진입로에 바리케이트를 설치한다. 군이 저지선을 관리한다. 도시를 차단하는 바리케이트와 무장한 군인들. 과거 광주라는 한 도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민들을 총칼로 제압하며 바리케이트를 치고 군이 도시를 차단했던 지난 시간을 다시 소환한다. 자동연상이라고나할까. 작금의 중국발 전염병을 영화화한 듯한 전개를 지닌 2011년작 ‘컨테이젼’ 등 다양한다.

그 중에서도 사적으로는 단연 까뮈의 ‘페스트’가 절절하다.

발간하자마자 ‘비평가상’을 받고 당시 젊은 까뮈의 명성을 한 껏 드높인 이 작품은 1960년까지 65만 부가 팔릴 정도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페스트’라는, 전염병으로 상징되는 재난이 한 사회를 덮쳤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인간 군상에 대한 섬세한 탐구와, 재앙에도 포기할 수 없는 인간의 위대함에 대한 기대로 2차 대전 후 세계인들은 뜨겁게 호응했다.

시쳇말에 ‘극단의 상황에 처하면 사람의 근본이 드러난다. 본질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이 말에 비추어 ‘위기 국면에 처하면 그 사회의 역량이 드러난다’라고 생각을 이어본다.

‘신천지’발 지역사회 확산으로 코로나에 대한 선택과 판단이 쉽지 않다.

이전까지만 해도 비교적 차분한 대응기조가 이어지던 사회가 공포국면으로 급전환된 듯해 걱정이다. 혹여 이 와중에 과거 중세의 마녀사냥처럼 누군가를 희생양 삼거나 대중의 공포를 이용해 정치적·경제적 이득을 취하려들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다. 약자를 희생양삼아 소위 ‘성공’해온 가해자들의 역사를 알고 있는 시민들 끔찍한 횡행이 재연될까 마음 무겁다. 며칠전 어떤 나라에서는 코로나 지역서 귀국한 자국민을 다른 지역으로 데려가라는 시위에 지역 의원들의 부화뇌동한 성명까지 있었다. 그 나라 정부가 나서 ‘그들도 우리 국민’이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한 사회가 취약할때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슬픈 일이다.

우리를 공격하는 것이 어찌 코로나 뿐이겠는가.

재앙이 닥칠 때 나는 어느 유형에 서 있는가. 우리 사회는 어느 유형을 선택해야할까. ‘페스트’의 질문에 선택은 저마다 다를 것이지만 그 결과는 한 사회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지역에서도 확진자 수가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고 있다. 광주시가 동선 등 관련 정보 공유와 적극적인 방역 등으로 시민불안을 막기위해 안간힘이고 의료진은 최전선에서 목숨을 건 일상으로 맞서고 있다. 이들의 투쟁이 빛을 발하기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 저마다의 노력이 절실하다. 누군가의 희생을 소중히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아트플러스 편집장 겸 문화체육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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