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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진의 어떤 스케치 - 옛 도청 앞 광장, 누구 것인가

@조덕진 입력 2020.03.02. 19:31 수정 2020.03.10. 10:49

‘길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보라’

상대가 당최 알아들을 수 없는 억지 주장을 편다고 느낄 때 답답한 심정을 나타내는 말이다. 아무 관계없는 불특정인 에게 물어보자는 엉뚱함은 역설적으로 억지의 정도를 반증한다.

최근 5·18 40주년 기념식을 대하는 ‘40주년 5·18행사위원회(위원장 이철우 )’의 결정이 이런 심정을 불러일으킨  다. 정부는 당초 40주년을 기념해 그동안 국립묘지에서 행하던 기념식을 옛 전남도청으로 상징되는 국립아시아문  화 전당에서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행사위원회가 주최하는 전야제를 이유로 보훈처에 기념식 제고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과정도 내용도 아프고 부끄럽다. 

40년만에 국가 기념식이 열릴 ‘옛 전남도청’. 광주시민들이 민주주의와 정의를 지키기위해 계엄군의 총칼에 끝까지 맞섰던 항쟁의 심장부다. 5·18의 상징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가 항쟁의 심장부에서 전국민,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5·18의 정신을 기념하겠다는 거다.

그런데 전국화 세계화를 외쳐온 ‘광주’에서, ‘전야제’를 이유로, 행사위원장단 회의를 근거로 보훈처에 옛 도청 앞 기념식 재고를 요청한 것이다.

아다시피 지금껏 기념식은 국립5·18묘역에서 진행됐다.

거두절미하자면 그곳은 당최 정체불명의 공간이다. 1980년 희생자들은 북구 망월동 '구묘역'에 묻혔다. 전두환 정권이 각종 회유와 협박으로 ‘망월동 묘지 이전 작전’을 전개했다. 유가족들은 탄압을 무릅쓰고 이전을 거부했다. 역사와 한과 온 마음이 서린 곳이다. 허나 국립묘지 이후 ‘구묘역’은 상징성은 커녕 존재감마져 잊혀져가고있다. 그 불온한 공간을 벗어나 국가가 처음으로 항쟁의 현장으로 찾아오겠다는 것이다.

5·18은 현재진행형으로 유린당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도 현직 미래통합당 국회의원을 비롯한 일부 극우세력들이 광주정신을 공개리에 짓밟았다. 이런 집단의 존재 앞에서 항쟁의 심장부는 더욱 의미가 크다. 더구나 이 공간의 의미를 알고 있는 광주 밖의 한국인이나 외국인이 얼마나 될까. 40년전 광주시민들이 목숨을 걸고 민주주의와 정의를 지키고자했던 항쟁의 심장부라는 사실을.

5·18의 전국화, 세계화가 절실한 것은 역사적·사회적 당위를 넘어서는 현실적 문제다. 과거 계엄군의 총칼에, 이후 트라우마로 심각한 상처에 자살을 한 이들, 상처와 지난 정권의 탄압으로 가정이 풍비박산이나 온 생이 망가진 수많은 광주 안팎의 시민들을 생각하면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옛 전남도청이라는 공간의 40주년은 그토록 각별하다.

그런데 전야제를 위해 옛 도청광장 국가기념식은 재고해야하는 걸까. 지난 40여년 세월 진실을 위해 바쳐온 수많은 이들의 희생을 생각컨데 도청광장이 아니라 내 집 안방이라도 내줘야한다는 마음은 비단 사적인 생각인 것일까.

1980년대 누구도 진실을 말하기 어려웠던 시절, 통일을 염원하는 그림 하나로 보안대에 끌려가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된 조선대 미대생 이상호를 비롯해 박근혜 정권의 블랙리스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예술인, 인문 진영 인사들이 생존은 물론 목숨을 걸고 지키고자 했던 진실의 문제이기도 하다.

시민들을 대표한다는 행사위의 결정에 ‘시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조덕진 문화체육부국장 겸 아트플러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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