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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진의 어떤 스케치- 문화도시·창의도시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조덕진 입력 2020.03.16. 18:10 수정 2020.03.16. 18:26

오랜만에 반가운 소식이다.'광주가 예술도시냐'라는 자조적인 반문은 많았지만 문화예술과 관련해 '광주에서도'라는 반가움이 일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 이같은 변화가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어떤 선전용이 아닌 문화적 기반에 관한 사례는 더욱 힘들었다. 당장에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아니기에 반갑고 기대가 크다.

말이 길었다. 최근 시가 발표한 아파트건축설계 심의 기준에 관한 이야기다.

이번 기준은 10년만에 정비됐다고 한다. 허나 내용이나 성격면에서 광주시 사상 최초의 기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기준이 만들어낸, 작금의 재난적인 아파트 상황을 비춰 볼 때 최초라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외부에서 시로 진입할 때 시야를 차단하는 아파트 철벽, 천박하게 하늘로 치솟기만 하는 성냥곽 고층, 차벽 같은 담장으로 도시를 분리하고 구획하는 배제의 행태 등등.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설계기준이 광주 건축문화에 대변혁을 가져올 것이란 기대가 크다.

가장 큰 변화는 아파트의 도시공간에서의 위치, 역할 변화다. 과거 차벽 같은 담장으로 그 일대의 단절과 분리를 야기했던 괴물 같은 아파트가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을 형성하며 비로소 동네 구성원으로 역할을 하게된다. 분리와 배제가 아니라 단절된 도시를 잇는 새로운 형태의 매개자로 기능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더욱 눈길을 끄는건 유니버설디자인이다. 장애인이나 다양한 연령 등을 고려한 유니버셜디자인과 범죄예방 디자인 등도 시도되도록 했다.

시각적, 도시 디자인 측면에서도 변화가 기대된다. 지금의 무지막지한, 바벨탑처럼 치솟는 아파트가 아니라 다양한 디자인과 새로운 환경으로 도시에 활력을 선보이게된다. 규모별로 다양한 층수를 도입해 시각적 다양성을 시도하고 특히 광주로 들어서는 관문 인근은 특화디자인을 배치해 도시 스카이라인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기준이 적용된 변화된 모습을 만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요구된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반갑다. 적어도 광주사회가 당장 눈앞의 가시적인 성과가 아니라 도시의 미래를 생각할 정도의 무게감 있는 깊이를 갖게됐다는 이야기다.

이같은 변화는 제도와 사람의 힘에 기인한다. 광주시가 도입한 총괄건축가제, 총괄건축가의 여파다. 지난해 도입된 총괄건축가는 광주시 사상 최초로 공공건축물(도서관)에 대한 세계건축설계공모를 통해 세계 건축계에 광주시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광주에 최초의 세계적 건축물을 선사한 것은 물론이다.

이번 건축심의 설계기준 수립에도 총관건축가를 중심으로한 자문회의와 관련협회, 건축위원회 회의 등이 빛을 발했다. 사실 건축심의 설계기준은 엄청난 이권이 부딪치는 공간으로 정책적 의지가 없다면 불가능하다. 더 중요한건 인식하건 못하건 이 발걸음이 도시의 미래를 규정할 엄청난 큰 그림이라는 사실이다.

일본 요코하마나 유럽 문화도시가 걸어간 길이요, 세계적 명성과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흔들려서는 안될 그림이기도 하다. 정책의 일관성을 기대한다.

문화체육부국장 겸 아트플러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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