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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진의 어떤스케치- 우리를 주눅들게 하는 것들

@조덕진 입력 2020.04.27. 18:37 수정 2020.05.18. 18:59

70대에 작가로 데뷔하는 이의 마음은 얼마나 설레일까.

그녀의 데뷔가 소위 학력이니 경력이니 하는 차포 다 떼고 작품으로 겨룬 한판 멋진 경연의 결과라면 기대는 더 커진다..

최근 전남여성가족재단의 여성신진 작가 공모전 '여신(女新) 나르샤'가 선정한 작가들에 관한 관한 이야기다. 최고령이 70대고 60대, 40대가 선정됐다. 뒤늦게 예술의 세계에 뛰어들거나, 마음에 담아둔 예술을 가꿔온 이들이다. 보통의 경우 신진작가라 하면 대학을 갓 나온 젊은 작가들을 지칭하는 풍토에서 놀랍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예술이나 문학의 세계라고 하는 곳이 학력이니 경력·연령이니 하는 잣대들이 불필요한 곳이지만 어찌 그러던가. 공모전 어디에도 그런 것들을 요구하지 않지만, 또 평가에 반영하지 않고 작품만으로 평가한다고 하지만 그걸 갖지 못한 이들이 무대에 오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소위 비전공자, 일반인은 공모 자체에 쭈빗거려지는게, 아예 응모도 없는게 이 사회 풍경이다.

언제부터인가 신춘문예는 문예창작과의 전유물이 되다시피했고 미술과 음악 등 예술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고 훌륭해도 다른 영역에서 특정 전문영역에 진입해 들어가기란 쉽지 않거니와 예술은 더욱이나다.

그런데 공공기관이 공모과정에 학력·경력 배제를 밝히자 숨어있던 무림의 고수들이 나타난 것이다. 소위 취미의 세계, 작업의 영역에서 작가, 전문가의 세계로 들어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공모전은 수많은 꿈과 소망들에게 한 가닥 희망인 셈이다. 열정, 그리움, 열망만으로 경쟁해보는 거다.

70평생을 고이 간직해왔을 그 절절함과 깊이에 숙연한 마음마저 든다.

가슴 속에 꿈을 간직하고도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다른 곳을 맴돌아야했어도, 그 마음 어쩌지 못하고 끊임없이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왔던 것이다. 거친 세상이 아무리 방해해도 그곳에 그리움이 자리했고 소중함이 자랐던 것이다. 평생의 사랑을 이제 공개적으로 만나는 그 마음 오죽이나 흐뭇할까. 한 사람의 전생이 존중받는 것이다.

다른 한편 신춘문예니 내로라 하는 미술상이니 하는, 예비 전업작가를 대상으로하는 분야야 말 그대로 전문가들의 영역이라 친다면 지역의 다양한 공공기관 등에서는 이같은 취향이나 열망을 지원해주는 것이 더 마땅하기도 하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유지원.

또 우리가 알다시피, 우리사회서 만나기 어려워 그렇지 그게 그렇게 취향의 영역에만 머무르지도 않는다.

인간 운명의 부조리함에 대한 통찰적 글쓰기로 20세기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꼽히는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 그는 평생 글만 쓰기를 꿈꿨던 직장인이었다. 부유한 유대인 집안이었지만 그의 섬세함을 이해 못한 아버지와의 불화로 법대를 나와 보험공단에서 일하며 남들이 자는 조용한 밤에 글을 썼다. 어디 카프카 뿐이던가.

그렇다고 모두가 카프카를 꿈꿀 수는 없는 노릇이거니와 어쩌면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저마다 심연에서 길어올린 깊은 울림의 향, 존재 그 자체가 중요하다 할 것이다.

세 신진여성작가들의 데뷔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문화체육부국장 겸 아트플러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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