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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진의 어떤 스케치- '광주 이발소 그림'의 반전 미학

@조덕진 입력 2020.06.22. 18:23 수정 2020.06.22. 19:32

뉴욕에서 광주를 보다.

10여년 전 뉴욕에 머무르던 시절 그곳의 다양한 그래피티를 보고 문득 광주를 생각했다. 비교 불가의 도시와의 격차가 아니라 이질감 속에 담긴 알 수 없는 공통점 같은 것이 불러일으키는 정서적 공감이라고 해야 더 맞을 것이다.

당시만 해도 예술가들이 몰려 살던 브루클린은 말할 것도 없고 맨해튼 일대에서도 심심찮게 그래피티(벽 등에 스프레이 등으로 낙서처럼 그려진 그림)를 만날 수 있었다. 후미지고 버려진 공간을 장식한 그래피티는 진흙탕 속에 피어난 연꽃 같다는 인상을 안겼다. 뉴욕 낡은 곳에서 피어오른 이들 그래피티는 광주의 허름한 식당이나 분식집, 후미진 풍경에 내걸린 미술작품을 연상시켰다.

그렇다. 버려진 건물, 식당의 허름함이 아니라 진짜는 그 너머에 있다.

낡음과 누추함 속에 아무렇게나, 아니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한 그 그림들은 '예술작품'이다. 또한 그들-뉴요커와 광주사람들-에게 이 예술적 행위는 특별한 그 무엇, 고상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일상일 뿐이다.

그래피티는 뉴욕에 던진 젊은 예술가들의 절규, 비명, 혹은 그 무엇이다. 그 후미진 곳에 놓인, 한 때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던 '낙서', 그 들의 비명은 하나의 장르가 된다. 뉴욕 뒷골목의 낙서는 브루클린 출신의 장 미셀 바스키야라는 천재적 예술가를 거쳐 그래피티라는 장르로 탄생한다. 바스키야의 작품이 오늘날 1천400억원대를 웃도니 후미진 골목의 낙서 하나도 허투루 볼 일이 아닌 셈이다.

그리고 광주는 '남종화'라는 지방으로는 드물게 자체 장르를 탄생시킨 곳이다. 이곳 예술가들은 가난과 차별을 딛고 세계 최고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해 신안 출신의 김환기 선생의 작품이 홍콩아트페어에서 132억원을 기록하며 한국인 최초로 100억원대를 넘어섰다. 그곳 지역민들은 여전히 안방이든 작업장이든 작품 하나쯤 걸어둔다.

소위 멸시와 천대의 '이발소 그림'이 광주에서 전혀 다른 신분을 갖게되는 경위다.

그림 걸릴 곳이 따로 있겠는가만은 이 말은 '이발소에서나 볼 수 있는 촌스러운 그림', '수준이 낮다'는 뜻으로 비하할 때 쓰는 말이다. 실재로 이발소에나 걸려있던 대량생산된 그림들을 말했다. 허나 번듯한 사무실은 말할 것도 없고 허름한 밥집이든, 분식점이든 어디를 가든 그림 한 장쯤 걸어두는 광주라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

외부인들이 광주서 놀라는 것들 중 하나는 단연 광주 음식이고 또 하나가 바로 이 '그림'이다. 어느 곳을 가든지 만나게 되는 그림 한 점. 그게 뭐 대수인가 만은 다른 도시에서는 만날 수 없는 풍경이다.

헌데 그 멋과 여유가 넘쳐나던 도시에 무슨 일이 생긴걸까. 페어는 광역시 꼴찌를 기록하고 화가는 물론 예술인들이 살기 힘든 도시라는 아우성이 울린다. 우리 이대로 괜찮은가.

광주시가 젊은 기획자들과 페어의 변신을 꾀하는 한편 예술 지원 정책의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어찌 행정만의 문제이겠는가만은 지역 예술의 실질적 허파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건강한 생태계로의 숨길을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문화체육 부국장 겸 아트플러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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