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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진의 어떤 스케치- 브랜드 작품과 문화도시

@조덕진 입력 2020.07.06. 14:50 수정 2020.07.06. 19:21

베트남 전쟁에 파견된 미군 장교 크리스와 베트남 여인 킴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미스 사이공'은 1989년 초연 이래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세계 4대 뮤지컬로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전쟁 속에 피어난 그 비극적이고도 처절한 사랑은 여러 질문을 던진다.

어떤 이는 열강 침략주의의 폐해를, 또 다른 이는 사랑의 덧없음을, 혹자는 인간의 비애 등등을 물을 것이다. 미스 사이공이 사랑받는 한 광활한 상상과 무한한 해석의 파도 속에 베트남전은 영원히 되살아나고 다시 해석되는 것이다.

어쩌면 광주가 꿈꾸는 5·18도 그 지점일 것이다. 그동안 예술인들이 끝없이 문학으로, 그림으로, 연극으로, 영화로 노래해 온 연유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이 도도한 흐름 속에 광주에서 전개되는 소위 브랜드 작품 제작 과정이 자꾸 목에 걸린다. 이래도 되나 싶은 의문, 불편하다. 문화재단이 추진중인 '민주주의 상징 문화콘텐츠 제작사업' 이야기다. 이 사업은 '임을 위한 행진곡' 관현악 곡과 뮤지컬 '광주', 두 버전으로 추진되는 83억 규모의 5년짜리 대규모 사업이다.

과정을 보자. 첫 해인 2018년 관현악 곡을 만들고 7회 공연하는 데 5억원을 투입했다. 지난해엔 6차례(4억원) 공연과 뮤지컬 제작에 국시비 20억원을 투입했다. 올해는 13차례 공연과 뮤지컬 공연에 9억9천만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열악한 공연계에 풍부한 예산 반가울 일이다. 허나 무엇을 위한 풍부함인가 하는데서는 역시 불편하다. 관현악곡의 갈길이 어디인지 당최 알기 어렵다. 첫해는 시향이 출장공연을 하더니 이듬해부터 부산미래필하모닉, 익산시향, 삼척윈드오케스트라 등 현지 관현악단의 참여가 도드라진다. 다른 지역 예술단도 이 곡을 연주해보도록 하겠단다.

그에 앞서 수억원을 들여 제작한 이 곡을, 광주의 상징인 이 노래를, 언제든 들어볼 수 있는 대표공연으로 육성하는 것이 먼저 아닐까. 허나 시향은 그저 공연 파트너일뿐 시향의 대표곡으로 논의도 안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뮤지컬 '광주'는 더욱 생경하다. 이 작품은 서울의 유명한 극단이 오는 10월 무대를 목표로 화려한 배우들로 진용을 갖추고 본격 채비에 나섰다. 스타 배우들이 참여해 흥행에는 별 무리가 없으리란 전망이다.

다만 5·18 전국화·세계화를 위해 수십억원을 투입한 대규모 뮤지컬에 지역 예술인이 없다. 광주에서 만드니 광주 예술인이 해야한다는 소지역주의를 논하자는게 아니다. 광주를 주제로, 혹은 광주에서 전개되는 예술작품에 지역 예술인들이 함께 커갈 수 있어야 문화적이라는 이야기다.

좋은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인력도 성장하면서 작품과 사람이 함께 커가는 것이다. 그러할 때 지역의 문화경쟁력도 커진다 기대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전국화라는 미명 아래 유명세나 흥행으로 설명하려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문화사대주의와 무엇이 다르다 하겠는가. 무엇이 광주에 남겠는가.

예술인들이 성장할 수 있는 도시, 그렇게 성장한 경쟁력있는 예술인들이 살고 싶은 도시, 그런 도시야말로 진짜 문화도시, 예술도시라 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그 고리를 고민해야한다. 광주시의 정책적 판단이 뒤따라야 할 일이다. 문화체육부국장 겸 아트플러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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