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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평] 21대 총선이 끝나고 다시 멀어져가는 영호남

@윤성석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2020.05.08. 16:27 수정 2020.05.10. 14:31

필자는 2019년 봄 학기에 경북대에 파견교수로 가서 '(지역갈등해소를 위한) 정치학의 이해'를 가르쳤다. 필자의 대구행은 망국적인 지역갈등 해소를 위한 정치학자의 소임뿐 아니라 '달빛통신'이라는 개인적인 네트워크가 큰 배경이 되었다. 달빛통신은 경북고와 광주일고 76학번 약 70명이 의기투합하여 결성한 온라인 네트워크인데 오프라인에서도 기회를 만들어 교류하는 영호남 민간접촉의 산증인으로 발전하고 있었다. 올해 코로나19 사태는 달빛통신의 진가가 발휘될 틈새를 열어주었다. 대구가 입은 엄청난 피해에 놀란 달빛통신의 광주와 해외 친구들이 급히 모금을 하여 경북대 의대 핵의학과 이재태교수에게 전달했다. 당시 이 교수는 수천명 경증환자를 위해 설치한 대구생활진료센터의 책임을 맡게 되어 달빛통신 광주친구들의 모금이 절실한 형편이었다. 마침 센터를 방문한 이낙연 전 총리가 광주 달빛통신을 대신하여 함께 인증사진을 찍었다. 3월 30일 대학으로 복귀한 이 교수는 전남대에 학생장학금으로 발전기금 300만원을 쾌척하여 그간의 달빛통신 지원에 고마움을 표했다.

어디 달빛통신뿐이랴! 주지하듯이 4·15 총선이전 기간에 광주시청과 대구시청이 맺은 달빛동맹이 발동하여 대구 확진자들에게 병상을 제공하고 수많은 단체들이 각종 응급지원을 보냈었다. 호남 각 지자체와 민간단체도 점심도시락을 공수하는 등 각종 미담이 미디어에 소개되고 장기적으로 영호남 화합에 대한 희망적인 논평이 쏟아졌다. 그러나 4·15총선 결과가 발표되고 나서 대부분의 네트워크는 옛날로 되돌아갔다.

코로나 사태기간 뜨거웠던 달빛통신 온라인 공간은 총선이후 일정 기간 침묵이 흘렀다. 21대 총선결과는 슈퍼여당의 탄생과 영호남 간 지역몰표현상이 큰 특징인데 흥미롭게 꼭 2008년 18대 총선과 닮은꼴이다. 우선 슈퍼여당의 색깔에서 정반대라는 대조를 보인다. 18대에서는 여당 한나라당이 153석을, 야당 통합민주당이 81석을 얻은 압도적인 보수당 슈퍼여당 판세였다. 그러나 올해 21대에서는 여당 더불어민주당이 지역구 163석을 야당 미래통합당이 84석을 차지했다. 그런데 영호남 간 정당득표현상은 18대와 21대가 판박이다. 호남에서는 통합민주당(18대)과 더불어민주당(21대), 반면에 영남에서는 한나라당(18대)과 미래통합당(21대)이 싹쓸이 한 것이다.

21대 총선의 영호남 몰표현상은 모두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작년 경북대 '정치학 이해' 수업에서 2가지의 가설을 학생들에게 소개했다. 첫 번째는 사회심리학적 접근으로서 어린 시절부터 부모로부터 상대방 지역에 대한 구조적인 폄훼와 차별을 교육받았기 때문에 영호남 지역갈등은 쉽게 치유될 수 없다는 논리이다. 필자는 수강생들에게 '그렇다면 영호남지역의 부모들은 반쪽 부모란 말인가'라는 역설을 제시했다. 어느 부모가 자식들에게 보편적인 윤리의식을 심어주어 국가와 인류를 위한 동량으로 성장하기를 원하지 어느 특정지역의 사람들과는 교류하지 말도록 유도하는 차별적인 윤리사상을 자식들에게 가르치겠는가. "영남사람 믿지 말라"고 호남의 부모들이 가르쳤겠는가?

두 번째 가설은 정치학적 접근으로 지역할거주의 주장이다. 구체적으로 1971년 7대 대선이후 양 지역에 구축된 지역할거 정당체제로 인해 각 지역의 몰표현상이 되풀이 되고 있다는 가설이다. 제5대 대선에서 윤보선과 경합한 박정희후보에게 호남은 압도적인 지지를 하였으니 1960년대까지 지역투표는 현실이 아니었다. 그러나 유신과 전두환 군부체제 그리고 유약한 민주주의체제를 거치면서 영호남 몰표는 대물림되고 있다. 21대 총선결과에 대한 외국의 코로나 사태에 관한 우수한 평가, 그리고 투표자들의 안정 선호의식 등의 변수는 영호남 몰표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못하고 있다. 앞으로 '제도화된 지역할거주의'라는 새로운 가설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정치인들이 급하게 조작한 구도가 시간이 흐를수록 지역민들의 생활과 의식 속에 뇌신경으로 구축되어 투표자들의 정치의식을 총괄하고 있지나 않은지. 과거 박정희와 김대중이 급조한 지역갈등 구도가 경로의존이 되어 코로나사태로 가까워진 광주와 대구를 또 다시 갈등구도로 내몰고 있다.

윤성석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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