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간 복합·입체적 이용…“세계적 문화·관광명소로”
입력 : 2019년 10월 21일(월) 19:19
광주·전남형 도시재생 뉴딜 구도심 미래로 만들자 <11·끝> 일본 도쿄 롯본기힐스
토지주 설득에만 무려 14년 걸려
“개발 속도 늦더라도 갈등 조정”
다양한 시설·도시기능 집적화로
“리뉴얼·새 콘텐츠로 신선도 UP”
일본 도쿄 롯본기힐스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인 모리빌딩 앞에서 직장인들과 주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박석호기자 haitai2000@srb.co.kr
일본 나리타공항에서 버스로 1시간 정도 달려 도쿄역에 도착한 뒤 다시 지하철로 롯본기역으로 이동했다.

거대한 빌딩 숲 사이로 한 복합건물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전 세계 도시재생의 선도적 모델로 꼽히는 ‘롯본기힐스’다.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찾은 도쿄 미나토구 중심가인 롯본기에 위치한 ‘롯본기힐스’.

‘롯본기힐스’는 도시 공간의 복합적·입체적 이용을 통해 낡고 생기를 잃은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어 도시재생을 성공시킨 작품이다. 이 곳은 서울 등 국내는 물론이고 아시아권 여러 도시에서 도시재건의 벤치마킹 탐방지로 유명하다.



◆도시재생 필요성과 추진 과정

롯본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군이 주둔하면서 음식점과 환락가를 이루며 도쿄의 밤 문화를 이끌어 왔다.

거리는 번화했지만 문제는 난개발이었다. ‘롯본기힐스’가 들어선 구역 남측에는 목조의 저층주택들이 밀집해 있었고, 주택지내 도로는 차와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비좁았다. 당연히 소방차 한대도 들어설 수 없을 만큼 복잡했고, 방재상의 여러가지 문제를 안고 있었다. 구불구불하고 경사가 급한 좁은 도로는 눈이 내리면 통행이 금지될 정도였다.

특히 1980년대 들어서면서 일본 버블경제 붕괴와 경기불황까지 겹쳐면서 도시재생 필요성이 강력히 제기됐다.

이에 일본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인 모리빌딩이 총 사업비 3조9천억 규모의 ‘롯본기힐스’ 사업을 시작됐다.

지난 1986년 시작된 이번 사업은 재개발 유도 지구 지정과 롯본기 6초메지구 재개발 준비 조합 출범, 재개발 조합 설립 인가, 권리 변환 계획 인가 등을 거쳐 2003년 4월 준공됐다.

낙후된 구도심을 현재의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꾸는데 까지 무려 17년이 걸린 것이다.

사업 초기에는 여러가지 난관이 있었다.

개발로 인한 역사적 토지의 파괴 등을 이유로 지역 주민들이 반대하면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모리빌딩은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14년 동안 400여 명 토지 소유자를 설득하는 작업을 벌였다.



◆롯본기힐스는 어떤 곳인가

지난 2003년 도시재개발 프로젝트의 하나로 탄생한 ‘롯본기힐스’는 11만㎡내에 여러 개의 건물이 모인 주상복합단지다.

대규모 상업·문화·오피스·호텔 복합단지로 그 자체가 하나의 도시라고 할만 하다.

대표 건물은 ‘롯본기힐스’의 랜드마크인 모리타워.

지하 6층, 지상 54층 규모의 이 곳은 저층에는 쇼핑몰과 오피스 건물, 고층에는 모리미술관과 도쿄 시티뷰, 모리아트센터 갤러리, 아카데미 힐즈 등이 들어서 있다. 전세계 유명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모리미술관은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알려져 있다.

모리타워를 중심으로 TV아사히 본사, 도쿄그랜드하얏트호텔, 복합 영화상영관, 야외이벤트공간, 주거공간 등이 사이 좋게 서 있다. 이런 다양한 시설과 도시 기능 집적화로 세계에서 매년 약 4천만명의 방문객이 이 곳을 찾고 있다.

또 거대 빌딩 답지 않게 단지내 곳곳에 정원과 광장을 조성하는 등 녹지공간도 풍성해 시민들의 휴식처로 각광을 받고 있다.

모리빌딩 관계자는 “롯본기힐스는 하나의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방대한 규모에 최첨단 기술을 도입해 완공 당시 일본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화제가 됐고 한국 각 도시에서도 선도적 도시재생사업 모델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수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롯본기힐스’가 완성된 이후 인근에는 다양한 미술관과 갤러리 등이 계속 오픈하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는 롯본기힐스·모리미술관 공동 개최로 한밤중 롯본기 거리 도처에서 펼쳐지는 아트 작품과 퍼포먼스 등을 즐길 수 있는 이벤트인 ‘롯본기 아트 나이트’가 열리고 있다 . 매회 약 80만명의 국내외 관객을 모으고 있다. ‘롯본기힐스’가 예술을 통해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롯본기 힐스내에 위치한 아사이TV 앞 공연장 모습.


◆성공 요인은 무엇인가

우리나라 도시재생사업은 일괄적이고 강제적인 측면이 강하다.

일부가 반대하더라도 다수가 원하면 밀어붙이는 방식이다. 하지만 ‘롯본기힐스’는 달랐다.

원주민 재정착을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밀어내기식 개발을 추진해 온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벤치치마킹 사례로 적당하다.

이와 관련, 모리빌딩은 2개의 임대주택 맨션을 지어 원주민을 우선 입주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재정착을 유도했다.

서울 용산 도심재개발 당시 원주민들과 갈등을 빚었던 용산사태를 생각하면, 개발 속도가 늦더라도 갈등 요인을 조정하고 해결한 뒤 사업을 추진하는 일본식 방식은 배울만하다는 지적이다. 선진국 도시재생사업은 주민 설득에서 부터 참여 유도까지 주민을 중심으로 다양한 노력을 펼쳐 지속 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롯본기힐스의 대표건물인 모리타워.
‘롯본기힐스’는 약 17년이라는 긴 세월 통안 약 400여명의 토지소유자와의 대화를 통해 탄생한 ‘하나의 거리’이다.

복잡한 소유 형태와 다용도 시설을 ‘하나의 거리’로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일체적인 운영 관리와 매일의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벌이는 타운매니지먼트(TM) 모델을 적용했다. 타운매니지먼트의 하나로 주민과 기업, 점포 등 거리를 구성하는 모든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새로운 도시형 커뮤니티인 ‘롯본기힐스자치회’를 가동하고 있다.

모리빌딩 관계자는 “시간 지나면서 거리의 신선도는 다소 떨어져가고 있지만, ‘롯본기힐스’ 자치회 주최의 다양한 이벤트와 활동을 계속적으로 벌여 사람들의 유대는 점점 깊어져가고 있다”며 “커뮤니티를 소중히 키워가고, 리뉴얼을 지속적으로 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더하면서 거리의 신선도를 높이는 등 단지 스스로 힘을 키워가는 것이 성공의 주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성공 요인은 개방성이다.

이 관계자는 “이 곳에 사는 거주자뿐 아니라 이 곳에서 일하는 사람과 주변 지역 주민에게도 공간을 개방하자는게 설계 초기 부터 지향한 방침”이라며 “‘롯본기힐스’에는 지역 주민 뿐만 아니라 전세계 관광객들이 대거 몰린다”고 덧붙였다.



◆향후 운영 계획은

‘롯본기힐스’는 최첨단 문화 뿐만 아니라 거리를 키워가기 위해 다양한 커뮤니티 형성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으며 거리를 무대로 하는 다양한 배움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래 도시의 이상적인 모습과 라이프스타일 제안에 주력하고 있다.

‘롯본기힐스’가 10주년을 맞이한 지난 2013년에는 도시와 라이프스타일의 미래를 생각하는 국제회의인 ‘Innovative City Forum’(ICF)를 시작해 세계속에서 도시개발, 첨단 기술, 아트와 디자인 분야를 리드하는 톱주자를 초빙하고 있다.

또 인공지능(AI), 바이오테크놀로지 등 최첨단 기술이 어떻게 도시에 작동하는지 등을 다양한 연구기관, 기업과 조사를 벌이고 실증 실험을 하고 있다.

모리빌딩 관계자는 “‘롯본기힐스’는 세계속에서 다양한 가치관과 문화, 감성, 기술을 가진 사람들과 기업을 받아들여 새로운 거리를 목표로 진화해 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마무리했다.

일본 도쿄=박석호기자 haitai2000@srb.co.kr



인터뷰- 아사노 사오리 모리빌딩 홍보 담당

“초록으로 덮힌 초고층도시 지향”


모리빌딩㈜ 아사노 사오리 홍보 담당은 “‘롯본기힐스’ 모리타워 등 5동 사무실에는 세계를 리드하는 글로벌회사와 성장이 두드러지는 스타트업기업 등이 대거 들어와 있다”며 “약 2만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으며 5동의 글로벌 스탠다드 레지던스 800호에 약 2천여명이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사노 사오리 홍보담당은 “이곳은 TV 방송국과 영화관, 국제회의시설, 회원제 도서관과 클럽, 스파를 갖추고 있어 관광명소로서만이 아닌, 일하는 장소와 사는 장소로서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고 밝혔다.

아사노 사오리 홍보 담당은 “‘롯본기힐스’는 문화도심으로서 지난 2003년 탄생했다”며 “그 상징으로 ‘롯본기힐스’ 모리타워 최상층에 아시아를 대표하는 현대미술관인 ‘모리미술관’을 만들고 해외 관광객의 최고 코스중의 하나인 전망대 ‘동경시티뷰’와 200개의 레스토랑과 숍 등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아사노 사오리 홍보 담당은 “‘롯본기힐스’ 사업은 일본의 ‘도시재개발법’이라는 법률에 따라 약 400건의 토지소유자와 공동으로 진행한 민간 주도의 도시재개발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1986년에 시작된 이번 재개발사업은 2003년 준공까지 약 17년의 세월이 걸렸지만, 현재는 세계 최고의 문화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가장 주력한 점은 권리자와의 합의 형성”이라며 “모리빌딩은 입장과 사정이 다른 약 400여명의 토지소유자 한 사람 한 사람과 마주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중하게 신뢰관계를 구축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리빌딩은 ‘Vertical Garden City’라는 초록으로 덮힌 초고층도시를 도시모델로서 보고, ‘롯본기힐스’를 이 모델로 구현했다”며 “초고층화하고 지하를 활용하는 것으로 늘어난 공간에 다용도 도시기능을 집약해 교류의 기회를 늘렸고 도시 중심부의 열섬현상을 완화하고 방재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박석호기자 haitai2000@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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