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 처벌 강화와 함께 피해자 지원도 고민할 때

입력 2020.05.12. 13:10 수정 2020.05.12. 20:43 댓글 0개
오광표 법조칼럼 법률사무소 미래/변호사
오광표 변호사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이 너무 낮다는 여론이 형성 됐다. 이에따라 지난 4월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기존 판례보다 높은 양형기준을 설정키로 하고 구체적인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디지털 성범죄는 현실에서 접촉 없이도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어 신체적, 정신적으로 피해를 가하는 악질적 범죄다. 피해자들이 느끼는 두려움과 모욕감은 실제 성폭력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인간 삶을 파괴하는 중범죄다.

디지털 성범죄는 2006년 전체 성폭력 범죄 중 3.6%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를 맞아 30%에 이를 정도로 급증추세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자기기의 일상적 사용이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이지만 디지털성범죄 피해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수준이 낮고, 사이버 범죄 특성으로 법적 처벌이나 피해 구제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데도 문제가 크다.

최근 청소년이나 일반인들이 텔레그램 영상을 구하려는 시도가 여전하고 검색포털에 관련 검색어로 피해 영상을 노출시키기도 한다. 디지털 성범죄 수사과정에서는 아직도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죄'는 촬영에 대한 동의여부에 상관없이 처벌 하는 데도 "피해자에게 촬영 동의여부를 구했느냐"는 질문이 수사 과정에서 나온다고 하니 일반인은 물론 수사기관조차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인식수준이 어느정도 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에 비해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낮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N번방 사건 이전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1심 판결을 분석한 결과도 다르지 않다. 대부분이 벌금형이고 구금형이 선고된 경우는 9%에 불과하다. 특히 벌금형 중에서도 300만원이하 벌금형 선고가 77%에 달할 정도다.

도촬물을 인터넷에 유포한 경우도 죄질에 비해 처벌 수위는 관대하기만 했다. 피해자를 특정하여 증거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상의 도촬물죄에 따른 7년이하 징역 은 피하고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상 음란물유포죄의 1년 이하 처벌만 받게 하는 솜방망이 처벌이 주류를 이룬다.

과거 사이버공간에서는 단순히 소비하거나 파일을 내려 받는 행위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 시켜 왔다, 그러나 이는 단순 시청하거나 성폭력적 댓글을 게시하는 행위도 '시청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용납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최근 정부는 아동·청소년 성범죄물일 경우 소지만 해도 처벌하던 것에서 더 나아가 소지는 않더라도 구매를 해 시청한 사람도 처벌 받게 하겠다는 의지를 발표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단순소비를 처벌하지 않고는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할 수 없다는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환영한다.

최근 N번방 사건에 대한 여론과 정책의 주요 흐름은 가해자 중심으로 논의가 편중돼 있어 정작 중요한 피해자 지원은 빠져 있다. 이제는 신고 초기단계부터 피해자 국선변호사가 적극 활용될 필요성이 제기 된다. 특히 피해자의 신원이 불필요하게 노출되는등 2차 피해를 막는 방법도 함께 논의 되어야 한다.

디지털성범죄는 피해자 관리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유포 범위가 광범위해 증거수집이나 삭제 지원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문제가 된 N번방 영상물은 동영상사이트 등에 공유된 사례도 있어 수사기관이 증거수집에 대한 조력도 필요하다. 또한 사후적으로 피해자들이 자신의 범죄피해영상물이 공유되어 피해를 받지 않도록 정부가 디지털삭제 비용을 지원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할 때다.

경제적 지원과 동시에 심리상담지원 역시 필요하다. 현실에서는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의 특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상담을 하는 경우 피해자가 상담을 기피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성범죄와 관련한 전문적인 심리상담사들을 양성하는등 상담시스템 개편에도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

N번방 사건을 계기로 디지털성범죄를 포함한 우리사회 성범죄에 대한 인식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가해자의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피해자 위주의 지원망 구축으로 눈을 돌리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일상으로 복귀하게 하는 피해자 지원망 구축 사업과 함께 피해자가 스스로 피해에 갇혀버리지 않도록 사회 구성원 전체가 중지를 모아야할 때가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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