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군사대로]일본이 짠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 국제 고립 위기

입력 2021.07.25. 09:15 댓글 0개
인도태평양 전략, 일본이 수년간 주창
미·일·호·인 참여 쿼드 역시 그 연장선
유럽 국가도 앞다퉈 인도태평양 주목
韓, 중국 겨냥한 인태 전략 참여 주저
[서울=뉴시스] 일본의 2021년판 방위백서 표지에 처음으로 기마 무사가 등장했다. (사진출처: 아사히신문 홈페이지 캡쳐) 2021.07.13.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도쿄올림픽 개막을 1주일여 앞둔 지난 13일 일본 기시 노부오 방위상은 내각회의에서 '2021년도 일본 방위백서'를 보고했다. 일본은 이번 백서 표지를 기존 기하학적 디자인이 아닌 일본 묵화 작가인 니시모토 유카가 그린 말을 탄 사무라이 그림으로 꾸몄다. 과거와 다른 공세적 백서라는 점을 암시한 것이다.

과연 백서 내용은 공세적이었다. 백서는 2018년도 한국 해군 구축함과 일본 해상자위대 P-1 해상초계기 간 공해상 대립, 한국 해군의 독도 주변 해역 군사훈련 실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논란 등을 일본 측 입장에서 열거했다. 그러면서 한국 국방당국의 부정적 대응이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공격적인 백서는 이례적이다. 한국군사문제연구원은 이번 일본 방위백서에 대해 "통상 국방백서 또는 방위백서는 이를 발행하는 해당 국가가 매년 국방비 배정과 집행에 대한 투명성과 예상되는 위협에 대한 방어적 국방정책과 군사전략을 선언하는 기본서 성격을 갖고 있으며 주변국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꼬집었다.

일본은 대(對)한국 정책뿐만 아니라 세계 안보 측면에서도 공격적인 행보를 지속해왔다. 몇 해 전부터 국제사회에서 집중적으로 거론되는 인도태평양 전략은 일본이 주도한 전략이다.

이기태 통일연구원 평화연구실장은 최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발간 '국가안보와 전략' 여름호에 기고한 '일본과 유럽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안보협력'이라는 논문에서 "일본은 인도태평양(Indo-Pacific)이라는 개념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외교정책에 반영하고 적극적으로 주창한 나라"라고 설명했다.

[도쿄=AP/뉴시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는 28일 호소다파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스가 요시히데 행정부를) 의원 한 사람으로서 확실하게 지지한다"고 발언했다. 사진은 지난 16일 공식 퇴임 기사회견 중인 아베 총리 모습. 2020.9.28.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2007년 인도 국회에서 인도양과 태평양의 합류에 관한 연설을 통해 인도양과 태평양을 함께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 8월에는 케냐에서 열린 제6회 아프리카개발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 구상을 발표했다.

케냐 연설에서 아베 전 총리는 국제사회의 안정과 번영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성장 추세가 현저한 아시아와 잠재력이 풍부한 아프리카라는 2개 대륙, 그리고 자유롭고 열린 태평양과 인도양이라는 2개 해양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법의 지배에 근거한 자유롭고 열린 질서를 실현하고 활발한 경제사회활동을 촉진함으로써 평화와 번영을 가져오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일본은 2013년 국가안전보장전략을 통해 적극적 평화주의를 내세웠다. 일본의 국제공헌을 확대하면서 일본의 활동반경을 기존의 아시아태평양에서 보다 넓은 개념인 인도태평양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아베 정부는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적극 협조하면서도 국제질서와 국제규범 형성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일본의 이 같은 제안에 국제사회의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연이어 인도태평양 전략에 찬성하고 동참했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쿼드라는 실체를 낳았다.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을 이루는 일본과 미국, 호주, 인도 4개국은 일본의 주창으로 2007년 실무자급 대화를 시작했고 2019년에는 뉴욕에서 최초의 쿼드 외교장관 회담을 열었다. 올해 3월12일에 최초의 쿼드 정상회담이 개최됐다.

[도쿄=AP/뉴시스] 지난 12일 밤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스가 요시히데(오른쪽) 총리가 화상 형식으로 열린 미국·일본·호주·인도의 대중 안보 연합체 '쿼드(Quad)' 첫 정상회의를 가지고 있다. 그의 오른쪽에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이 참석한 모습이 보인다. 2021.03.13.

일본이 미국, 호주, 인도와 인도태평양 협력을 강화하는 동안 아세안(2019년 6월), 프랑스(2018년 6월), 독일(2020년 9월), 네덜란드(2020년 11월)도 인도태평양에 관한 정책문서를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일본은 유럽과의 안보 분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영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라 올해 퀸 엘리자베스급 항공모함 전대를 아시아로 파견한다. 항공모함 전대는 지난 5월 하순 포츠머스항을 출발해 인도와 싱가포르에서 기항한 후 남중국해를 통과해 일본 사세보 혹은 요코스카에 입항할 예정이다. 항공모함에는 최신예 스텔스전투기인 F-35B가 탑재될 예정이며 미 해병대의 F-35B도 포함될 예정이다.

퀸 엘리자베스와 일본의 항모급 호위함 이즈모와 카가 모두 F-35B를 탑재한다. 함선 구조에 차이는 있지만 양측은 F-35B 운용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F-35 전투기의 정비거점이 일본과 호주에만 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프랑스도 일본과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프랑스 해군참모총장은 쿼드 공동훈련에 참가하겠다고 밝혔고 지난 5월15일 낙도방위와 탈환을 상정한 미국, 일본, 프랑스 간 훈련이 실시됐다.

지난 4월에는 프랑스 해군이 주도하고 일본 해상자위대와 미국, 호주, 인도 해군이 참가하는 해상공동훈련 라 페루즈(La Perouse)가 벵골만에서 실시됐다. 훈련 종료 후 프랑스 함정 2척은 남중국해를 항행한 뒤 일본까지 이동했다.

[포츠머스=AP/뉴시스]영국 해군 항공모함 HMS 퀸 엘리자베스호가 8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인해 훈련이 연기돼 영국 남부 포츠머스 기지에 정박해 있다. 영국 해군은 이 항모 다수의 승조원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이면서 출항을 연기했다. 2020.09.09.

독일은 지난 3월22일 일본과 군사와 테러에 관한 기밀 누설을 방지하는 '일독 정보보호협정'을 체결했다. 독일은 지난 4월13일 양국 최초의 외교국방장관회담을 열고 해군 구축함을 인도태평양 지역에 파견하는 계획을 일본 측에 밝혔다.

이기태 실장은 "국제정치에서 영향력 있는 유럽 주요국이 군함을 파견하는 등 질서를 지키겠다는 것은 일본 주변의 엄중한 안보 환경 상황을 감안했을 때 일본에게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고 평했다.

이처럼 일본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일동맹을 중심축으로 삼고 이 지역에 전략적 이해관계가 있는 국가들과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안보 측면에서 활동 공간을 인도태평양 지역을 넘어 전 세계로 확대한다는 게 일본의 복안이다.

일본은 군사 훈련을 포함한 안보 협력 대상을 인도, 호주, 아세안,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아울러 일본은 유럽국가들과 방위장비품 및 기술이전협정, 정보보호협정을 맺는 등 다각적·다층적 협력을 추진하려 한다.

일본의 이 같은 세력 확장은 한국 입장에서는 고민거리다. 과거사 문제 등으로 한일 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일본이 주도하는 국제 전략에 선뜻 동참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게다가 인도태평양 전략이 기본적으로 중국 견제라는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사드 후폭풍을 경험했던 한국으로서는 이 전략을 수용하는 데 있어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서울=뉴시스]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이 21일 일본 도쿄에서 웬디 셔먼(Wendy R. Sherman) 미국 국무부 부장관 및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제8차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를 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제공) 2021.07.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또 북한과 대화를 이끌어내려 애쓰고 있는 현 정부로서는 북한 비핵화와 대북제재 측면에서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일본과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여러모로 부담스럽다. 한국이 일본 주도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 참여할 경우 북한의 대화 거부는 더 심해질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미군 주요 인사들이 방한할 때마다 간접적으로 인도태평양 전략 동참을 요구해도 현 정부는 신남방정책과 인도태평양 전략 간 조화를 추구하겠다며 변죽을 울리는 방식으로 거리를 두고 있다.

이기태 실장은 "아직 한국은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며 "특히 국제질서의 흐름이 외교안보, 경제, 과학기술 등 모든 분야에서 '중국 대 반(反)중국'의 구도로 가고 있다는 사실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하고 있는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이 지금과 같은 냉랭한 한일 관계를 방치해서도 안 된다. 미국과 유럽 등 우방국들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외교전략의 핵심으로 여기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일본과의 관계를 이유로 독자노선만 고집했다가는 자칫 국제적 고립을 자초할 수 있다.

오는 9월 이후 실시될 일본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스가 총리 등 일본 내각 주요 인사들이 자극적인 언사와 공격적인 조치로 자국 내 반한 감정을 부추길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냉정한 자세로 안보 분야 협력 가능성을 타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장혜진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전문연구원은 '일본의 2021년 전반기 전략동향 분석' 보고서에서 "한일 양국의 신뢰관계가 손상되고 일본의 외교·안보 정책에서 한국이 갖는 중요성이 낮아짐에 따라 양국의 교류·협력이 제한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는 한일 양국이 공동의 이해를 갖고 있는 역내 안보 문제에 대해서도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장 연구원은 이어 "대립이 지속된다면 양국관계가 새로운 불안정 요소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현재 양국 간 각종 대화 채널이 단절됨에 따라 오해와 불신은 더욱 깊어지고 있는 바 외교·국방 대화·교류 채널을 재개해 상호 간의 이해를 넓혀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기태 실장도 "군사적으로 부상하는 중국을 지역질서의 불안정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일본과 유럽 입장에서 중국은 최대 무역상대국이기 때문에 경제면에서 협력한다는 기조에는 큰 변함이 없다"며 "이런 일본과 유럽 사례를 참조하면서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 문제를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그러면서 "중국, 러시아를 겨냥한 다자안보체제는 한국이 참여할 수 없다. 따라서 일본과 유럽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중심적인 역할이 기대되는 아세안의 경험을 살린 다자안보협력을 다시 한 번 모색할 수 있다"며 "유럽 국가들이 참여하는 다자주의 협력에 한국과 일본의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제안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srb7@hanmail.net전화 062-510-115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사랑방미디어'

정치 주요뉴스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