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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없이 기둥 빼고 외벽 두껍게?'···HDC 무단시공 의혹

입력 2022.01.22. 17:04 댓글 18개

기사내용 요약

붕괴 201동 인근 203동 시공 도서와 승인 받은 도면 '차이'

기둥 6개→2개…하중 못 버티는 외벽은 2~5㎝ 두껍게 타설

"이 정도면 구조 심의 다시 해야" "구조 계산서 봐야 의혹 확인"

[광주=뉴시스] 권창회 기자 = 광주 서구 화정동 HDC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공사현장 붕괴 사고 12일째인 22일 오전 문희준 서구 긴급구조통제단장이 붕괴 된 아파트 현장 내부에서 취재진에게 상황 설명을 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2022.01.22. 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광주 아파트 신축 현장 붕괴와 관련해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 건축물을 지탱하는 근본 공사인 골조 공정을 행정당국 승인 없이 무단 시공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내부 수직 하중을 버텨내야 할 기둥은 승인 받은 것보다 줄이고, 외벽 콘크리트를 보다 두껍게 타설한 정황이 엿보인다.

22일 건설업계·광주 서구청 등에 따르면 화정아이파크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이 사업 승인 주체 서구청에 제출한 설계도서상 201·203동 건물의 기준 층(주거 공간)별 콘크리트 외벽 두께는 150㎜다.

바닥 슬라브 두께는 250㎜인 설계 도서로 승인을 받았다. 공법은 벽식 구조가 아닌 무량판 구조(건축물의 뼈대를 보 구조물 없이 기둥·슬래브로 구성)를 채택했다. 수직 하중을 수평으로 분산해 버텨내는 보가 없는 대신 바닥 슬래브를 두껍게 타설한 것이다.

또 실내에 하중을 버텨내는 구조물로서 기둥을 6개 세우기로 하고, 건축·구조 심의와 사업 계획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건설업계를 통해 입수한 공사 현장에서 실제 쓰인 203동 상층부 시공 도서에는 외벽 두께가 170~200㎜ 인 것으로 나타난다. 시공 도서 상 빨간색 대각선 줄로 표현된 기둥 구조물은 2개에 불과하다.

무너진 201동 건물과 다른 203동이지만, 기준(주거)층의 경우 승인한 설계 도서 상 두 건물의 차이는 거의 없다고 서구청은 설명했다. 또 203동 관련해 기둥 구조물 개수, 외벽 콘크리트 두께 등에 대한 내용의 시공 변경에 대한 승인 요청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외벽은 창호 등을 설치하기 때문에 하중을 버텨내는 벽체(내력벽)로 볼 수 없다. '수벽'으로서 하중을 전달하는 구조다. 더욱이 '입면분할창호’를 채택했기 때문에 외벽 중 창호가 차지하는 범위가 넓은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뉴시스] 권창회 기자 = 광주 서구 화정동 HDC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공사현장 붕괴 사고 12일째인 22일 오전 붕괴 된 아파트 현장 내부가 잔해로 뒤덮혀있다.(공동취재사진) 2022.01.22. photo@newsis.com

시공 도서를 검토한 건축직 공무원은 "캐드 프로그램 상 측정 툴을 써보니 외벽 콘크리트 두께가 구간에 따라 다르지만 170~200㎜가 맞다. 외벽은 창호가 설치되기 때문에 실제 수직 하중 등을 버텨내는 구조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감리업체 출신 한 건축직 공무원은 "시공 도서만 놓고 보면 말도 안 되는 구조다. 일반적으로 벽식 구조를 채택해도 외벽 두께는 200~250㎜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면서 "무량판 구조에선 기둥의 역할이 중요하다. 설계 도서 상 기둥은 2개에 불과하다"고 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공 도서는 현장 시공 근로자들에게 있어 법처럼 엄격히 적용돼야 한다. 시공 도서대로 골조 공사를 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거푸집을 짠 공사 관계자들이 콘크리트 두께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이야기했다.

또 다른 관련 공무원은 "확인한 시공 도서대로 공사가 진행됐다면 구조 심의부터 근본적으로 다시 거쳤어야 할 큰 시공상 변화다. 이렇게 설계를 변경한다면 감리가 무조건 막았어야 할 일이다"고 밝혔다.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12일째인 22일 오전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가 취재진에게 공개한 아파트 201동 최상층인 39층 아래 PIT층(설비 등 각종 배관이 지나가는 층)의 모습. 지난 11일 오후 3시 46분께 아이파크 신축 현장에서 201동 39층 타설 작업 중 23~38층 바닥 슬래브와 외벽 등이 무너져 내리면서 하청 노동자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됐다. (공동취재사진) 2022.01.22. photo@newsis.com

건축·구조 전문가 자문단 소속 송창영 광주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현장에서 봤을 때는 외벽은 힘을 받는 구조물이 아니고 기둥이 모두 떠받치도록 돼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구조 기술 전문인력이 철근·콘크리트 정착, 콘크리트 강도 등을 적절히 판단해 외벽에도 힘을 지탱케 설계했다면 문제가 안 됐을 수도 있다. 관련 구조 계산서를 봐야 정확히 의혹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선 PIT층 천장 슬라브 일부를 승인 받은 거푸집(유로폼)공법이 아닌 데크 플레이트(Deck plate·아연도금 강판 등 요철 가공한 바닥 구조판)를 덧댔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PIT층 슬라브를 승인 받은 내용과 달리 두껍게 타설했다는 주장도 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현재 시공 관련 내용을 정확히 알 수 없다. 구조물 안전이 확보된 이후 정확히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답했다.

한편 사고 현장에서는 지난 11일 오후 3시46분께 201동 39층 옥상 타설 작업 중 23~38층 바닥 슬래브 등이 무너져 내려 사고 12일 째인 이날까지 5명이 실종된 상태다. 지하 1층 난간 사이에서 발견됐던 실종자 1명은 구조 직후 병원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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